서로를 슬프게 하는 것을 막아주는 심사위원 노하우.
창업의 시대다. 창조경제라는 테마는 어느 정부에서 만들었던지 먹힐 테마였다. 짧은 시간안에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으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스타트업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아이카이스트 사태(박근혜의 총애를 받다보니... 그렇지뭐...)와 같은 이상한 일들도 있었지만, 창업에 대한 열정과 다양한 문제해결을 사업적 기회로 포착하고 창업에 나선 청년들로 인하여 작지만 성장률 높은 스타트업들이 일자리를 빠르게 창출해 주면서, 창업지원이라는 테마는 정부의 유일한 일자리 창출안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대기업에서 자행되고 있는 기술탈취, 영업비밀침해, 불공정경쟁 등이 큰 사회문제가 되면서, 대기업 중심의 성장보다는 스타트업 육성이 역시나 장기적 해답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느끼고 있다.
출처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431884#_enliple
정부에서는 멘토를 대량으로 늘리고 있다. 멘티기업당 50만원씩 주면서, 최대 5개 기업까지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즉 월 250만원의 급여에 상당함) 멘토들을 대량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50대의 사회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하며 검증된 시니어들로 구성될 것이다. 물론 50대 이후에 은퇴한 시니어들을 활용하면서, 이들이 스타트업을 도울 수 있게 하는 선의가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며, 일부 멘토들은 해당 스타트업을 도우면서 엔젤투자도 하므로 정부의 멘토 양성책은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무임승차 하는 멘토는 철저히 감별해야 함은 당연하다. ‘나쁜멘토’만큼 스타트업에게 힘든일은 없다.) 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들도 각종 멘토링 프로그램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유로 인해서 멘토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멘토 관련 : https://www.starwars.com/news/studying-skywalkers-mentors-in-the-star-wars-films
또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정부지원사업을 늘려서 스타트업을 양적으로 증가시키려고 하고있으며, (지자체, 산하기관에서는) 경쟁적으로 지원사업을 만들고 있다. 심사위원의 수도 급증하고 있으며, 명망있는 심사위원을 섭외하기 위한 경쟁조차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열리고 있는 K-startup 2018의 경우에도 심사위원 대란사태가 일어나면서, 좋은 심사위원을 유치하기 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의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
창업교육도 폭발하면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업성공/실패 경험담 강의, 기업가정신(사실 앙트프레너쉽은 기업가정신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되고, 창업기술 정도로 해석되어야 함, 단어가 너무 확대해석된 경향이 있음. )을 강의하는 코스가 각 지자체, 기관들마다 도입되고 있다. 좋은 강사풀을 보유한 액셀러레이터의 인기가 치솟고 있으며, 좋은 강사들을 보유한 액셀러레이터들은 액셀러레이터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수익모델을 창업교육에서 보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강사 초빙도 늘고 있으며, 영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강의료도 벌면서 영업도 되므로 이러한 강의초빙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리디북스에서 <기술창업36계> 전체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168000021
이렇게 멘토, 심사위원, 강사의 수요가 최근 폭증하면서 부작용으로 ‘악성멘토’, ‘저질 심사위원’, ‘자격미달 강사’ 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악성멘토들은 스타트업들에게 잘못된 사업방향을 제시하여 장기적인 고통을 줄 수 있고, 멘토인 동시에 블랙엔젤(대부분 컨설팅으로 백마진을 챙기는 방식)인 경우에는 해당 창업자에게 금전적인 타격을 가하게 된다. 저질 심사위원의 경우, 심사위원장에서 할 필요가 없는 말들로 창업자의 인격을 모독하며,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기를 꺾어버린다. 자격미달의 강사는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며, ‘선무당’을 양산하고, 창업자들이 잘못된 상식을 갖고 비즈니스를 하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심사위원 유의사항 (심사위원 십계명)
아래의 ‘심사위원 유의사항’은 조달청 심사 현장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참고하라고 하는 안내문인데, 심사위원들로서는 반드시 참고하여야 할 사항들인것 같다. (내용이 너무 좋아서, 촬영해놓은 사진. ^^; ) 아래의 내용에서와 같이 심사위원은 점수로 말하는 것인데, 발표자를 공격하거나, 특정 발표자를 선정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발표자가 제출한 제안서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는 것을 발견한 심사위원은 해당 사항에 대해서 철저하게 의문을 제시하는 것이 옳고, 해당 의문에 대해서 팩트체크를 하는 것이 심사위원으로서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의문제시’ 및 ‘추후 증빙요구’를 ‘해당 사업 관리 담당자’에게 하는 것이 좋고, ‘발표자’를 지나치게 추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겠다.
추가적으로 위 심사위원 유의사항 안내문에는 빠져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 있다.
간혹가다가 열정이 넘치는 심사위원의 경우, 다른 심사위원이 먼저 던진 질문에 대해서 발표자가 충분히 대답한 것이 아닌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질문을 가로채어(?) 자신이 살을 붙여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발표자는 경황이 없어서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 답을하게 되지만, 먼저 질문을 던진 심사위원은 기분이 상하게 된다. 유의하자.
틀린 사실을 근거로 제기되는 타 심사위원의 질문에 대해서 해당 사실이 정확하지 않은 것임을 정중히 말하는 것은 긍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주관적 의견’에 대해서 잘못된 것이라고 해당 심사위원을 면박하거나 언쟁하는 것은 심사 자체를 꼬이게 하고, 발표자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이며, 별것 아닌 일로 상대방을 면박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특히, 심사위원 경험이 많지 않지만, 실무경험은 많은 분들이 이러한 언쟁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심사위원들의 경우에는 언젠가는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경우가 많으니, 서로 조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 시절에 있었던 습관들은 아직도 존재한다. 특히, 해당 사업 담당자에게 대놓고 ‘누구 뽑으면 되요?’라고 묻는 경우도 아직까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인하여, 24시간 내내 녹음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위와 같은 자세는 버리는 것이 좋다. 괜히 담당자를 파직의 수렁으로 몰 수 있는 질문이다. 물론, 담당자가 해당 사업과 관련하여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심사위원으로서 담당자에게 선발 가이드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결국, 심사과정에서의 많은 불편한 일들은 ‘내가 심사위원인지, 멘토인지, 주주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차이점을 구분해 보았다.
심사위원은 철저한 깔대기 역할이고, 멘토는 창업자의 코치 역할이다. 심사위원은 일정한 숫자의 최종선정자들을 추려내기 위한 거름망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에 따라서 평가를 하면 된다. 10배수에서 3배수로 줄이는 역할을 받았을 경우, 그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지, 발표자들을 나무라거나 발표자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당신의 사업은 이렇게 이렇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조언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심사 현장에서 심사위원이 지나친 애정을 가지고 조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급적 삼가해야 한다. (사실 필자도... 자주하는 실수... ㅜㅜ)
반면, 멘토들은 코치의 역할을 해야한다.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창업자들이라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 의견을 해당 스타트업에게 전달하는 것이 임무다. 따라서, 쓴소리와 잔소리는 멘토가 반드시 해야할 의무이며 ‘애정을 가지고’, ‘독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심사위원은 정해진 시간안에 주어진 정보를 해석하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서 점수를 주는 임시직원이다. 발표자의 자료가 부족하여 자신이 충분히 발표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그러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발표자는 심사위원들의 그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충분한 이해’가 가도록 자료를 만들되, 너무 ‘사전설명 만’ 되어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서는 안된다.
가끔 스타트업 대표를 맡고 있는 페이스북 지인들의 타임라인을 보다보면 ‘어떻게 저런 수준의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초빙해서 감히 내 사업아이템을 평가하냐’는 내용의 글을 만나게 되는데, 심사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발표자의 발표를 듣고 1분안에 사업을 이해하는 심사위원도 있지만, 1시간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심사위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기관의 초대로 심사위원이 된 분들은 어느정도의 ‘사업경험’, ‘투자경험’ 등의 수준이 있으니, 만약 결과가 안좋았다고 한다면, 대진운이 안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고, ‘저 심사위원들은 일반인의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발표에 임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정신건강에 좋다.
어쨌든, 심사위원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발표 5분, 질의응답 5분인 경우가 많다. 반면, 멘토들에게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따라서 멘토링을 할때는 우선 1) 멘티의 사업내용을 충분히 말하게 하고, 2) 해당 사업에 대하여 멘토 스스로가 충분히 이해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멘티에게 던지고, 3)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멘티에게 다채로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하겠다. 물론, 결정과 실행은 멘티가 알아서 하는 것이고, 멘토가 제시한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삐지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해서는 않된다. (물론, 주주가 되었을 때는 조금 다르다) 반면, 심사위원은 5분 만나는 사이인 만큼, 건조하고 거리가 있는 관계임을 잊어서는 안되며, 필요한 질문만 하도록 하여야 한다.
3. 공간의 차이
심사는 넓은 회의실에서 여러명의 심사위원의 입회하에 진행되며, 멘토링은 작은 회의실에서 멘토 1인에 의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지원기관들의 경우에는 ‘스타트업들을 지원한다’는 좋은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선발’을 통해 진행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공정성’시비에 자주 휘말리게 된다. (그래서... 너무 열정이 넘친 심사위원들은 '민원'을 당해서... 다음 심사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심사위원으로서 심사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녹취가 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말을 가려서 해야한다.
멘토링은 작은 회의실이나 카페에서 진행되므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므로 사업아이템에 한정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멘토와 멘티가 서로 과거에 했던 사업경험 또는 인생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은 멘토링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 한편, 멘토링에 자신이 있다면 오히려 멘티에게 ‘녹취를 하라’라고 하고, 회의록 작성보다는 녹취를 시키는 것이 멘티를 위해서 오히려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이, 멘토링과 심사위원 역할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심사위원들이 심사 현장에서 ‘멘토링’을 하게 되는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물론, 그러한 발언을 하는 심사위원 당사자의 ‘애정어린’ 마음은 이해는 가나, ‘심사위원은 점수로 평가한다’는 이야기 처럼, 자신의 주관하에 철저히 점수로 평가하면 그만이지, 훈계와 가르침은 ‘멘토링’ 기회가 닿으면 그때 하면 되겠다.
글쓴이 : 엄정한 (shawn@companyB.kr)
- 컴퍼니비 ( www.companyb.kr ) 대표
- BLT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 www.BLT.kr )
- 조달청 우수제품지정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