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인상, 콜카타 IN 인디아
깊고 부리한 검은 눈이 일제히 나를 향해 멈춰있다. 거리를 걷노라면 어김없이 뻗어오는 앙상한 구걸의 손길, 여인의 사리 자락으로 감싸 안은 그것은 아까부터 가녀린 목청을 간신히 이어간다. 사방에서 울려대는 클랙슨 소리가 따갑게 귀청을 찌르면 자동차 배출구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에 메마른 기침은 마를 날이 없다.
거리마다 차이는 건 질펀한 소똥이며 쓰레기니 아까부터 ‘웩웩웩’ 멈추지 않는 구역질은 참을 수 없는 어떤 악취가 근원이다. 도시의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한 거대한 난지도, 소며 돼지며 까마귀가 한데로 뒤엉켜 고개를 처박고 여물을 뜯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집요함으로 더미를 헤집는 거리의 아이들,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에 지독한 악취고 나발이고 그들에겐 하등 중요치가 않다는 듯 살기 위한 몸부림이 이보다 더 적나라할 수가 있을까?
도로 위로 버스가 지나간다. 차체는 낡을 대로 낡아 여기저기 까져있는 모습이다. 드러난 속내는 벌겋게 녹슬었고 바퀴는 얼마나 굴렀는지 고무가 뒤틀렸다. 뻥 뚫린 창문은 매연을 그대로 흡수하고 문이며 창문이며 사람들이 매달리지 않은 곳이 없으니 돌아보면 그것은 치열함보다는 어떤 간절함이 우선이다.
발길에 차이는 건 너저분한 구원의 손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내미는 그 손에는 어떤 무료함이 묻어난다. 어둡고 퀭한 눈빛은 삶에 대한 회의마저 아련하다. 후각은 이미 악취로 상실되어 쓰레기를 뒤지는 손길에는 거침이 없다. 흙먼지 소똥더미의 아이는 차마 상품이라 말하기 뭐한 것을 그래도 팔겠다며 지키고 있다. 간절함을 담은 눈동자가 아까부터 집요하게 나를 쫒는 까닭이다.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늙은 릭샤꾼은 엄습하는 졸음을 쪽잠으로 해결한다. 그 잠은 영원할 듯 조금의 미동조차 허락지 않는다.
인구의 90%가 빈민으로 규정된 이곳 콜카타를 사는 사람들, 그 옛날 대영제국 식민시절 인도 수도로의 위엄을 상실한 채 현재의 아비규환만이 남아있다. 뿌리 깊은 가난을 헤쳐 나갈 의지조차 저버린 채 도시의 삶은 더한 적나라함으로 표출된다.
그곳의 노상에서 만난 여행자는 이제 막 콜카타에 도착했다고 한다.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며 우적우적 삼키는 식사 끝에 달콤한 짜이 한 잔은 황홀한 마침표다. 밤은 깊고 더위도 식힐 겸 일행이 향한 곳은 근처의 영국식 펍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신나는 음악, 에어컨의 바람은 시원하다. 새로 온 여행자는 마더 테레사의 ’사랑의 집‘에서 약 1달 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희망이 없는 삶은 죄악이니 그들의 죄악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우리의 여행은 그런 대로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그의 말은 사실 별 희망이 없어 뵌다.
아까부터 깡마른 노인 하나가 자신의 릭샤를 오르라며 졸졸졸, 집요하게 쫒아온다. ‘워- 워-’ 요상한 고함은 클락션을 대신하고 앙상한 팔로, 그보다 더한 다리로 도시의 혼잡을 헤집는다. 그리고 그 위에서 도저히 불편을 숨길 수 없는 나는 아까부터 어서 빨리 목적지에 당도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콜카타(Kolkata)
인도의 수도 델리를 비롯해 남부의 산업도시 뭄바이와 함께 인도를 통하는 3대 관문 중의 하나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이 300년 전 대영제국 식민지의 수도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항구도시로 탈바꿈하지만 오늘날 이 곳은 인구의 90%가 거리의 빈민으로 살아가는 세계 최대 빈민도시 중의 하나로 전락하였다. 식민시절 캘커타(Calcutta)로 불리던 도시는 1995년 전통명칭인 콜카타(Kolkata)로 개명되었으나, 세계적으로 여전히 캘커타라는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니 그것이 인도 젊은 지식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임은 자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