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DLEY x BENNY 베니 토끼 구경선 작가 인터뷰
우연한 기회로 구경선 작가의 책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은 후, 빨리 구경선 작가에게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구경선 작가는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소리를 잃었습니다. 구작가는 토끼가 작은 소리도 잘 듣는다는 이야기를 읽고, 자신을 대신해 많이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베니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축적되면 삶이잖아요. ‘삶’은 걷고 또 걷는 거라 생각해요.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저 걷다 보면 낮처럼 환한 날도 있고, 밤처럼 어두운 날도 있겠죠. 하지만 어딜 가든 빛은 따라오더라고요. 그 빛은 제게 ‘희망’으로 보였어요. 베니가 여러분에게 함께 걷는 든든한 친구, 위로를 건네는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구작가
몇 년 전,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병을 마주한 구작가는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 빛마저 사라지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말하는 구작가의 모습을 보고 브래들리 타임피스와 베니가 만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며칠 후 수소문 끝에 메일을 보냈고, 생각보다 빠르게 긍정적인 회신이 왔습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새로운 방법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입니다. 시곗바늘 대신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두 개의 구슬이 시간을 가리킵니다. 보거나 만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도, 비시각장애인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옷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이면서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제품입니다.
멋스럽고 패션 아이템으로 좋네요.
디자인도 깔끔하고 의미 있는 시계라 만족스럽네요.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을 실현하다니 놀라워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
- 구매 고객 후기
우리는 ‘브래들리 타임피스’와 ‘베니’가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허물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BRADLEY x BENNY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만들며, 구작가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입니다. 애정을 담아 써주신 인터뷰 내용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책과 강연으로 활동하신 후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특별하다고 할 것 없이, 다음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수다로 충전도 하고요. 틈날 때 여행도 가고요. 요즘 맛있는 걸 많이 먹다 보니 살이 아주 조금 찐 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남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엄마, 오늘도 사랑해> 출간 소식을 알리면서 써주신 블로그 글 중에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싶지 않았다.'라는 구절을 보았는데요. 작가님이 일상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어떤 것인가요?
"일상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건, 카톡, 사랑하는 사람들의 체온. 그리고 사계절이에요. 우리 집 고양이 코코의 푹신푹신한 뱃살을 만지기, 이불 속에서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피부가 아주 조금 좋아진 날엔 기분이 엄청 좋아요! 또, 낮잠을 오래 자고 일어났을 때 아직 환하면 또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베니를 좋아하고 애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베니를 사랑해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베니는 특출나게 귀여운 편도 아니고, 화려하게 예쁜 편도 아니죠. 하지만 사랑스럽죠. 마치 평범하고 편안한데 유쾌하고 매력적인 친구 같은. 무엇이든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요. 오히려 평범해서 사랑스러운 게 아닐까 싶어요."
- 베니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감정에 솔직한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들이 참 많지만, 베니는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런 베니를 보며 작가님도 감정을 표현하는데 솔직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순수하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솔직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 편이에요. 하지만 저에겐 장점이기도 하지만, 작은 숙제이기도 해요. 때로는 단점이 될 때가 있거든요. 장점과 단점 사이에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가끔 고민을 해보곤 해요."
- 책을 통해서 바라본 작가님의 삶을 생각해보면, 작가님은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했을 어려운 상황에서 역시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감정을 겪었을 것 같아요.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나고 또는 감정을 겪을 때 작가님만의 대처 방법 또는 마음가짐이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천만에요! ‘나'만 특별한 게 아니에요. 제가 겪은 상황이 조금 달라서 특별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제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겪더라도 그 사람만의 방법으로 받아들였을 거예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인간은 나약하면서도 강하다고.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고. 정말 맞는 말이에요. 저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감정을 겪을 땐 오래전부터 항상 그 방법을 써왔어요. 기도를 하고, 일단 ‘잡니다’. 그리고 가만히 맡깁니다."
- 여러 가지 작업과 활동으로 몹시 바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제안을 드렸을 때 흔쾌히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희가 제안을 드렸을 때 선뜻 응해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참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저와 같은 망막색소변성증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날 그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수줍게 연락을 해왔어요. 남편이 될 남자친구분이 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고 기쁘게 SNS에 올린 걸 봤는데 그게 브래들리 타임피스였어요. 남자친구분이 친구를 얼마나 사랑하고, 깊이 생각하는지 느껴지는 선물이어서 강하게 기억에 남았어요. 그리고 새로운 친구가 생겼는데, 그 친구가 제게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선물해주었어요. 그 후 브래들리 타임피스가 저에게 단순히 좋은 이미지가 아닌, 인연이 깊은 이미지로 와닿았어요. 마침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할 것도 없었죠!"
- 이번 BRADLEY x BENNY 콜라보 제품 디자인을 위해 베니가 산책하는 그림을 그려주셨는데요. 이런 디자인을 해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림은 단순하지만, 사실 많은 생각이 들어갔어요.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거잖아요. 시간이 축적되면 삶이고요. ‘삶’은 걷고 또 걷는 거라 생각해요.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저 걷다 보면 낮처럼 환한 날도 있고, 밤처럼 어두운 날도 있겠죠. 하지만 어딜 가든 빛은 따라오더라고요. 그 빛은 제게 ‘희망’으로 보였어요. 이렇게 많은 생각을 모아서 산책하는 베니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베니가 여러분에게 함께 걷는 든든한 친구, 위로를 건네는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BRADLEY x BENNY 프로젝트 판매금의 10%는 비전 케어에 기부되어 아이캠프를 지원합니다. 우간다 지역 아이캠프에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요. 비전 케어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비전 케어에서 재능기부를 요청해왔어요. 아프리카 우간다 캠프의 동행이었어요. 아프리카에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도 있어서 오히려 제가 역으로 제안을 했어요. <내가 되고 싶은 나> 미술 프로그램을 한 번만 해보고 싶다고요. 서로에게 좋은 기회로 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작가님께 기부 관련해서 말씀을 드렸을 때 ‘비전 케어’이야기를 해주셨고,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는 곳이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기부’를 거창하고 어려운 거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기부’란 어떤 것인가요?
"기부는 누군가에겐 거창하고 어려운 걸 수도 있죠.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것 같아요. 그 선택은 얼마든지 존중해야 하고요.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기부란 이 행복을 조금이라도 돌려주는 거예요. 그리고 돌려준 것보다 더 큰 행복이 반드시 찾아와요."
-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폭탄 제거 중 사고로 시력을 잃은 전직 미 해군 장교 브래들리 스나이더(Bradley Snyder)를 따라 이름 지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브래들리 스나이더를 '장애를 극복한 영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본인은 '장애'를 극복한 영웅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으세요. 본인이 패럴림픽에 도전한 이유는 시력을 잃기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건강한 생각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란 것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고, 오히려,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이런 브래들리 스나이더의 생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살아오면서 경험한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주 깊이 동의를 해요. 공감도 매우 커요. 세상은 ‘장애를 극복한’이라는 표현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좋아하는 표현이 아니에요. 꽤 부담스러운 표현이에요. 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던 말은, “너는 장애인이니까 남보다 두 배로 공부해야 해.”였고, 조금 더 커서는 “너는 두 배로 그림을 잘 그려야 해.”였고, 사회로 나와서 느낀 건 '나는 장애인이니까 남보다 두 배로 참아야 하고, 두 배로 강해야 하구나.'였어요. 그 부분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워서 오랫동안 방황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두 배로 잘 그려야 한다”보다는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재능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작가 구경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그림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작가님에게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베니’ 그림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그 그림을 통해 누군가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반면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꿈을 포기하거나, 직업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 또한 계신 것 같습니다. 그분들께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어렵네요. 쉽게 건네고 싶지 않네요. 대신 제가 얼마 전에 느낀 걸 나눌게요. 얼마 전에 상상을 해봤어요. ‘나는 왜 그렇게 못날까?’,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 할까?’ 이런 생각을 할수록 나 자신에게 상처가 하나 둘 생기는 거예요. 남들이, 세상이 뭐라 해도 나만큼은, 자신을 믿어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이런 나조차 자신을 믿지 못하면 상처만 남아요. 덕지덕지 붙어있는 상처를, 나만이 떼어줄 수 있어요. 그래서 나 자신을 믿자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작가 구경선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인간 구경선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작가 구경선으로 하고 싶은 건, 제 캐릭터 ‘베니’를 100년 넘게 사랑받는 역사적인 캐릭터로 키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간 구경선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평범해요. 좋은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나 스스로 사랑할 줄 알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거예요."
구경선 작가와 함께 제품을 만드는 일은 Eone에게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패럴림픽서 여러 개의 메달을 획득한 브래들리 스나이더와 베니 토끼를 그리는 구작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는 어둠 속에 둘러싸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것입니다.
- 브래들리 스나이더
낮처럼 환한 날도 있고, 밤처럼 어두운 날도 있겠죠.
하지만 어딜 가든 빛은 따라오더라고요.
- 구작가
구작가는 본인의 삶이 특별할 것 없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체온, 친구들과 주고받는 카톡, 사계절을 맞이하는 것, 고양이 코코의 푹신푹신한 뱃살 만지기, 이불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일, 맛있는 걸 먹고 틈날 때 여행 가기.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구작가님을 보며, 어쩌면 가장 평범한 일상이 가장 특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BRADLEY x BENNY 콜라보레이션 펀딩은 10월 10일(수)부터 11월 4일(일)까지 진행됩니다. 햇살이 따뜻한 낮이든, 별빛이 반짝이는 밤이든 상쾌한 숲속을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을 시곗줄에 작은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BRADLEY x BENNY 보러 가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주신 구작가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