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에게 출간 기회를 주는 브런치 공모전이 시작되었다. 작년 이맘때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 공모전은 떨어졌지만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 지난 1년이 어땠는지 돌아보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던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구가 올린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이었다. 2주 뒤 마감되는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매일 밤 새벽까지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썼다. 글 쓰는 습관이 전혀 없을 때라 처음엔 힘들었는데 쓰다 보니 즐거웠다. 창작의 고통이란 이런 것인가! 작가 코스프레를 하며 카페에서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한데 글쓰기는 돈이 안됐다. 이래서 예술가는 항상 배가 고픈 것인가! 자식이 예술가의 길을 걷겠다면 뜯어말리는 부모가 많다던데 다행인지 지태는 말리지 않았다. 내가 글과 그림을 붙들고 꿈속에 사는 동안 지태의 통장엔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왔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 놓고 글을 쓰는 순간에도 지태는 돈을 벌었다. 아아. 구독자도 늘고 조회수도 늘었지만 내 통장 잔액은 늘지 않는구나. 허망한 마음에 글과 그림을 잠시 접고 알바 천국을 드나들었다.
글이 돈을 벌어다 준 때도 있었다. 내 브런치를 보고 SRT 매거진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여행 방식을 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여행을 찾아보자'는 콘셉트의 코너였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인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썼다. (바로가기 - 인도에서 평생의 꿈을 찾아오다)
1년 쯤되니 전체 조회수도 17만이 넘었다. 어느새 브런치 알람만 하루 종일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중독이다. 실시간으로 울리던 브런치 알람을 모두 꺼버렸다. 구독자 수나 조회수에 의미를 두지 말자고 항상 다짐한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세계여행 이야기로 여러 출판사와 미팅도 했다. 그중 한 출판사와 싸인만 하면 되는 상황까지 갔다. 계약서를 이메일로 주고받아 확인하고, 싸인만 하면 내 책이 나오는 그 순간!
계약을 하지 않았다. 죄송한 마음을 담아 거절했다. 규모 있고 유명한 출판사라 다음에 이런 출판사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약 조건 중 하나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바로가기 - 출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이유)
지금은 알바 천국에서 좋은 직장을 구했다. 나름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일하는 중이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엔 공부를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글을 쓴다. 글이 돈이 되지는 않지만 쓰는 삶과 쓰지 않는 삶은 전혀 다름을 이제 안다. 세계여행 다닐 때 가장 좋은 습관을 꼽으라면 일기였다. 사소한 일도 지나치지 않고 기록하다 보니 매일매일이 흘러가지 않고 차곡히 쌓였다. 귀국해서 잃어버릴 뻔한 쓰는 습관을 브런치를 통해 붙잡고 있다.
글은 가장 좋은 수단이다.
몇 문장 읽고 뒤로 가기를 누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도 많다. 물론 글에 재미와 의미, 문장력 같은 조건이 두루 갖춰져야 하겠지만 독자는 내가 말하고 싶은 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읽는다. 의견을 전달하는데 대화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글을 쓴다. 올해 공모전도 참가할 것이다. 상 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