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나 짓기

by 언니그라피


굳이 성공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공'이라는 단어의 존재감부터가 으리으리해서 왠지 살짝 기가 눌리는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보다는 '성장'을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려 한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제일 먼저 할 일은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나를 안다는 것, 그것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육각형 인간, 팔각형 인간처럼 몇 가지 성향으로 자신을 분류하곤 하지만 그보다 더 섬세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나를 보아야 합니다. 표면만 보아서는 나를 알 수 없습니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그 답에 다시 '왜'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렇게 몇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서서히 보다 더 근원적인 나에게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 '나'를 말한다면 그야말로 수박 겉 핥기일 뿐입니다.


내 성격은 어떤가?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가? 나의 장점들은 왜 나에게 장점이 되었으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지 생각해봅니다. 단점이라면 왜 그것들이 단점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왜 지금껏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합니다. 혹시 그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를 할 수는 없는가? 고민해봐야 합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나의 단점들은 어떤 변수를 가져올 것인가? 그것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파고 파다 보면 나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성격, 꿈, 습관, 관계, 말버릇, 외모, 경제관념, 태도, 취향... 그렇게 나만의 항목을 구성하고 차근차근 적어 나가봅니다. 아마도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양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하루에 끝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습관처럼 나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해봅니다. 그렇게 쌓인 질문과 답들은 '견고한 나'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인정'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나를 알면 알수록 참으로 못난 면들이 자꾸만 눈에 띕니다. 어떤 점들은 도무지 해결하지 못할 것처럼 거대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많이 괴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인정과 받아들임은 어느정도 포기와 결이 같다고도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나의 모습은 외면하고 싶고 자꾸만 거부하게 됩니다. 그런 마음들을 포기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족한 나'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시작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그 위헤 아무리 멋진 걸 쌓아 올려도 결국 그것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이렇게 견고한 '나'라는 집을 지으려면 아마도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 '나 바로 알기'와 '받아들이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것을 좀 더 어려서 알았다면 저도 지금쯤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았을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것을 가슴 깊이 이해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책으로 읽고 깨우친 것들은 실제로 삶에서 부딪혀 체득한 살아있는 깨달음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깨달음을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부터입니다. 저도 물론 그랬습니다만 우리는 종종 적당한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고 싶어 합니다. 나의 그릇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서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랍니다. 현실에 부딪히는 부정적인 상황들을 거부합니다. 막연히 내일은 나을 거란 기대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그런 모든 부정을 포기하고 나의 현실을 인정하고, 못난 나를 받아들여야만 그제야 나는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도 저는 한 귀로 듣고 흘리는 제 아이에게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다시 제게 돌아와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생을 다 할 때까지도 완성되지 못할 인간으로서 오늘도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이만 총총 (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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