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하다>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음료 광고를 하면서 잠깐 유행했던 말이지만 제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말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꼭 한 가지씩 빠뜨리는 저를 두고 남편은 종종 웃으며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그 2%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때론 빠진 그 한 가지가 너무도 결정적일 때가 있거든요. 예컨대 등교하지 않는 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일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첫째는 그때 휴대폰도 없었기에 결국 당직 선생님에게 연락을 받고 아이를 다시 데리러 간 일이 있었죠. 대략 8~9년쯤 전의 이야기인데 아마 이 사건이 제일 큰 실수였을 겁니다. 제가 하는 실수라는 게 생각보다 사소하지 않은 적이 종종 있어서 저는 2%가 아니라 98%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꼼꼼하게 챙긴다고 하는데도 어딘가에 구멍이 생깁니다. 그래서 모임이나 단체에서 무언가를 책임지는 게 늘 부담스럽습니다. 작은 아이 축구 모임에서도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총무직을 맡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자리를 맡았습니다. 1년간 총무 역할을 하며 공지를 올릴 때마다 꽤 많이 긴장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금전적인 것을 맞출 때도 그렇고요. 신경을 쓰고 또 써도 어딘가에 새는 구멍은 하나씩 나타나긴 했죠. 그래도 무사히 1년을 잘 버티고 넘어가긴 했습니다.
러닝의 재미에 푹 빠진 남편이 요즘 고강도 훈련을 하면서 식사량이 늘었습니다. 워낙에도 대식가였긴 한데 훈련에 쏟는 에너지가 많아서 그런지, 기초대사량이 늘어서 그런지 늘 배가 고프다고 하기에 간식 도시락을 싸주게 되었습니다. 훈련이 있는 날은 일주일에 두 번 저녁 도시락도 싸고 있고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남편이 출근 준비하는 동안 간식 도시락을 준비하다 보니 남편은 제가 도시락에 무얼 넣은 지 모른 채 도시락 가방을 들고 갑니다. 어느 날은 그러더라고요. '어떤 간식이 들어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가방을 여는 재미가 있다고요. 작은 이벤트 같아서 서로 웃었습니다. 최근 남편이 좋아하는 간식은 플레인 요거트+그래 놀라+블루베리입니다. 세 가지를 섞어 먹는 것입니다.
블루베리와 그래놀라를 따로 포장하고 실리콘 용기에 넣어서 플레인 요거트와 함께 가방에 넣어줍니다. 그런데 그저께 간식 도시락에 스푼을 안 넣어준 겁니다. 인도식으로 손으로 먹겠다고 농담을 하던 남편은 어떻게 먹었는지 그릇을 싹 비워왔더군요. 오늘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여보, 요거트가 없어요. 조심스럽게 꺼내다가 다시 넣었어요. ㅋㅋㅋㅋ" 메시지를 보자마자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 노래하던 버터 와플을 챙겨주면서 신경이 분산되었나 봅니다. 기대하면서 열던 도시락 가방이 이제는 긴장하면서 열게 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남편과 함께 웃기는 했지만 마음은 편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남편이 아직은 웃어줘서 다행이지만요.
출산을 한 엄마들이 농담처럼 하는 '아이 낳으면 원래 깜박깜박거려, 둘째 낳으면 더 그래.' 하는 말들은 별로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런 실수의 구멍들이 결혼 후에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결혼 전에도 분명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직할 때마다 자기소개서에 레퍼토리처럼 적는 글이 있었습니다. 성격이 차분하고 꼼꼼하다는 그런 종류의 것들요. 그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도 저는 꼼꼼한 듯 덜렁대고 여기저기 구멍을 낼 테지요. 너무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이런 저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려 합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