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의 크기만큼 감당해야 할 무게

by 언니그라피

지금은 비 오는 날의 정취를 좋아합니다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눅눅한 공기와 비에 젖은 나뭇잎만큼 축 처진 분위기는 덩달아 기분마저 가라앉게 하거든요. 외출을 해야 할 때면 되도록 큰 우산을 듭니다. 우산이 크거나 작거나 바짓단이 젖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되도록 비에 젖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렇습니다.


언젠가 가진 우산 중에 제일 큰 우산을 들고 외출을 하던 날. '파라솔만큼 큰 우산을 들고 다니면 정말 젖지 않을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고는 '나 정말 신박한데?!'하고 스스로에게 감탄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곧 드는 생각은 '그럼 그건 얼마나 무거울까?'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 인생의 우산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보호를 받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우산을 들어야 할까??'


어릴 때는 부모님이 우산을 들어주셨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제가 우산을 들어 직접 비를 피하는 경우는 없었지요. 우산의 무게 따위는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우산의 무게는 버겁지 않았습니다. 저는 1인분의 우산을 들면 되었고 조금 더 큰 우산을 들어야 할지는 단지 선택의 몫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더 큰 우산을 써야 했습니다. 나만을 위한 우산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우산이 필요했으니까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우산도 커집니다. 그리고 '비를 덜 맞고 싶다.'는 욕심에 더 큰 우산을 듭니다. 우산의 크기가 커지면서 든든해져 좋기도 하지만 내 욕심의 무게가 때로는 힘이 듭니다. 우산을 들고 있는 팔이 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산을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그 우산은 가족을 위해 비를 막아주고, 때로는 해를 가려줄 우산이거든요.


욕심껏 큰 우산을 가져보지만 그 무게는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뒤늦게 우리 부모님도 우리를 위해 그렇게 무거운 우산을 들고 묵묵히 버티셨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살다 보면 그렇습니다. 욕심껏 챙긴 모든 것들이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따르니까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조금 작은 우산을 들거나, 우산의 무게를 버티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라고, 언젠가 남편과 둘만 남는 날이 오면, 우산은 다시 작아질 테지요. 그날이 올 때까지는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우산을 들어봅니다. 그리고 내가 택한 욕심의 무게를 기꺼이 즐겨보렵니다. 토독토독, 빗소리를 리듬 삼아 저는 오늘도 잘 버틸 수 있을 거예요.


-이만 총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진화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