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디자인

by 언니그라피

새벽 기상이 흐트러지면서, 시간 운용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혼자 있는 새벽 두 시간에 나름대로 쌓아온 루틴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 시간이 사라지자, 제 루틴들도 덩달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기분 따라 하루의 업무량이 좌우되는 터라 계획은 자꾸만 밀려납니다. 마음은 바쁜데 집중은 흐려집니다. 하루라는 퍼즐 안에서 시간의 조각들이 좀처럼 맞춰지지 않습니다. 새벽 루틴을 되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저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의지만으로는 다 잡히지 않는 흐름 속에서, 마음도 함께 방황을 했습니다.


문득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시기에 맞는 삶의 기준과 시간의 디자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대에는 공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20대는 학업과 취업, 그리고 사회생활이 한데 섞여 있을 테니 아마도 가장 다이내믹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30대에 이르면 회사와 육아로 인한 치열한 시간 배치를 해야 할 테고요.


나는 시간을 어떻게 다루며 살아왔을까. 뒤돌아보면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바빴던 기억뿐입니다. '시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10대에는 빼곡한 계획표대로 살았고, 20대에는 회사에서 하루를 버틴 것만으로 1인분의 몫을 했다는 생각에, 남은 시간은 그저 흘려보냈지요. 30대에는 육아에 매여 삶이나 시간을 설계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니 그렇게까지 아등바등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시간들은, 어쩐지 조금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여유롭게 시간을 디자인해 볼 수 있을까요?


지난날들과는 달리, 지금 저는 물심양면으로 안정적인 40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있겠지요. 각 시대마다 그에 맞는 삶의 기준이 다르듯, 지금 저의 기준은 '수면과 건강'입니다. 그 기준을 중심에 두고 나니, 흐트러진 새벽 두 시간을 그렇게 아쉬워할 일만은 아니더라고요. 지금 필요한 건, 현재의 상황에 맞춰서 시간을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하겠지요.


이제 정리가 됩니다.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느라 어쩔 수 없이 늦게 잠이 들어야 하는 요즘, 당분간은 새벽 기상은 과감히 포기해야겠지요. 그렇게 새벽 두 시간을 마음에서 내려놓고 나니, 이제 나머지 시간에 집중할 여력이 생깁니다. 역시 포기를 해야 할 때는 단호해야 했는데, 너무 오래 미련의 끈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면 시간이 줄어들어 건강을 해치는 것이야말로 제 삶의 기준이 뿌리째 흔들리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지금의 기준에 맞게 시간을 설계해 봅니다. 시간을 디자인하는 일이 처음으로 재미있는 일로 느껴졌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저는 또 어떤 것을 기준 삼아 하루를, 그리고 삶을 다시 정렬하게 될까요? 비우고 다시 채우는 일, 이제는 그것마저 즐거운 배움이 됩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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