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는 어디서 오는가

by 언니그라피

천국도 지옥도 모두 마음속에 있다지만, 그걸 실천하고 사는 게 어디 쉬운가 싶습니다. 제가 부처가 아닌 것을요. 아무리 마음을 다스려 봐도 파도치는 바다 위 작은 돛단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기 일쑤입니다. 그 고요를 깨뜨리는 존재가 '가족'일 때는 마음의 파문이 더 깊고 오래 남습니다.


관계라는 것이 애초에 혼자서 만들 수 없는 것이기에, 평화 또한 어느 한쪽이 무한히 참고 양보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가족 사이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더 자주, 더 깊게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과 바람이 짙기 때문일 겁니다. 좋아하니까 바라는 마음이 생기고 바람이 좌절되면 상처로 남지요. 그래서 저는 가족 간의 '애정'은 꼭 필요하지만 '바람'은 되도록 덜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마음의 평화도 유지하고 건강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저의 노하우입니다.


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때 '받지 않을 생각으로 빌려줘야 한다'는 흔한 말을 떠올립니다. 돈거래의 여러 가지 특수성과 사람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기도 합니다만, 결국 돌아오지 않을 것에 바람을 두면 마음이 다친다는 뜻일 것입니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는 말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마음이 깊을수록 바라게 되고 기대하게 되며, 그리고 그 기대보다 덜 돌아올 때면 마음이 다치는 쪽은 역시 더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가정 내에서 종종 저의 '큰 바람'을 느낍니다. 제가 원해서 남편에게 맞춰주고는 그에 상응하는 돌아올 무언가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랐던 마음은 '좀 더 나은 성적'이라는 욕심으로 자라났고, 기대에 미치지 않을 때는 실망도 합니다. 그런 마음의 파도는 제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깨닫게 해 준 것은 뜻밖에도 반려견이었습니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강아지에게는 무엇 하나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강아지가 사고를 치거나 실수를 해도 '그래, 네가 뭘 알아서 그러겠니'하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마음도 너그러워졌습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 강아지에게 바라는 게 없으니 우리 사이에 평화가 있구나 하는 것을요.


물론 세속적인 욕심이 여전한 제가, 강아지에게 그러하듯 가족들에게도 아무 바람 없이 사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자꾸만 스스로에게 상기시킵니다. 바라는 마음을 덜자. 그게 내 마음의 천국을 지키는 방법이다 하고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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