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by 언니그라피

우리 가족은 남자 셋, 여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남편은 "가족은 목욕 빼고 다 같이 하는 거야!"라고 자주 말했었습니다. 가족은 언제나 뭉쳐야 한다는 게 남편의 철학이었죠. 집안에 남자들이 셋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화 선정에서 제 취향이 밀릴 때가 많습니다. 마블이나 코믹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가족 결속'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제 취향이 아니다 보니 나는 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웬만하면 함께 보자며 굳이 표를 예매하더군요. 그렇게 몇 번 졸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편도 포기하더군요.

가족이라고 해서 취향이 같을 수는 없지요. 남편은 활동적인 반면, 저는 앉아서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느 날은 남편이 등산을 하자며 제 등산화를 사 왔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낮은 산을 몇 번 따라나서기도 했지요. 하지만 주말은 제게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남편을 위해서만 쓸 수는 없기에 몇 번 거절했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저를 남편은 이해를 하기에 굳이 서운해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너무 따로 노는 것 같아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 산은 아래까지는 함께 가되 남편은 등산을 하고 저는 산 아래 커피숍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서 남편을 기다립니다. 남편은 마음껏 땀을 내고 몸을 쓰면서 힐링을 하고, 저는 경치 좋은 곳에 앉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에너지를 충전하죠.


그런 저희에게 드디어 마음이 맞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바로 캠핑이죠. 남편은 워낙 바깥 활동을 좋아했고, 저는 자연 속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니 딱이었죠. 신기하게도 실내에서는 돋보기를 써야 글자가 보이는데, 야외 자연광 아래에서는 돋보기 없이도 글자가 잘 보이더라고요. 우리는 '자연'이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함께 캠핑을 갑니다. 보통은 산으로 가지요. 둘이서 텐트를 치고 나면 남편은 등산을 가거나 러닝을 하고 저는 산 아래에 남아 예전에 커피숍에서 그랬듯 혼자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저도 함께 자연 속으로 들어왔고, 함께 소꿉놀이를 하듯 밥을 지어 먹는 것이지요.


이렇게 우리는 어느 한 사람에게 맞추는 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며 그것을 또 함께 누리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 자주 부딪히던 미성숙한 어른들은 이렇게 조금씩 맞춰가고 익어가는구나 싶습니다. 과거의 갈등과 서운함도 지금을 위한 과정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 여생도 우리는 잘 살아가겠지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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