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여행이려니

by 언니그라피

살다 보니 그렇습니다. 계획에 차질 없이 지나온 여행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여행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 모든 굴곡들을 우리는 '추억'이라 이름 붙이죠. 특히 한여름의 캠핑이 그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혹서기 체험이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캠핑용 에어컨까지 챙겨갔지만 무더위는 상상을 초월했지요. 실시간으로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캠핑을 마치고, 다시는 한여름에 캠핑을 하지 말자고 남편과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날을 떠올리며 사진을 들춰보면, 우리는 그 무더운 날에도 활짝 웃고 있더군요.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억은 웃는 얼굴로만 남아 희미해졌습니다.



예전엔 그랬습니다, 지금 보다 더 어리고 경험이 적었던 시절엔 여행이란 건 내가 계획한 대로 착착 흘러가야 만족스러웠습니다. 누군가 준비를 빠뜨리면 짜증도 내고 그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듯싶습니다. 단지 어딘가에 가고, 무언가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그런 목표들이 전부였지요. 그래도 그런 어리숙한 여행조차도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 어리숙함 자체가 여행의 우여곡절이었을 테니까요.


이제는 압니다. 변수가 생기고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 모든 순간이 언젠가 에피소드가 되고, 웃으며 꺼낼 추억이 된다는 것을요. 그렇다고 굳이 고생을 사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어떻게든 일은 해결이 될 테고 여행은 끝이 나면 좋았던 것으로 남을 걸 알기에 마음이 조금 관대해지긴 합니다.


인생을 여행에 빗대어 생각해 봅니다. 살다 보면, 따스한 봄볕 같은 날이 있는가 하면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는 험난한 날들도 있겠지요. 누리와 마루가 그런 세찬 비바람을 맞고 있을 때면 저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이런 날도 있고 그런 날도 있는 거라고, 매일 그날이 그날 같으면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고요. '오늘 힘들었던 일을 내일은 웃으며 이야기하는 날이 올 거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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