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진상고객님

EP.4

by 언니그라피

나의 첫 진상 고객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입니다.

70이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는 부러 염색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흰머리를 가지고 계셨죠. 허리도 꼿꼿하고 옛날 사람임에도 키가 저보다는 컸어요.

그런데 양볼에 심술을 한가득 담아서 저를 향해 레이저를 쏘며 계산대로 오고 계셨습니다. 느낌이 좀 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반품, 교환 날짜가 나흘 지난 영수증을 내미시며 사 가셨던 털실을 반품해 달라고 합니다. 제가 해드리고 싶어도 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며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백화점에서도 해주는 환불을 해준다. 그런데 이깟 천 원짜리를 안 해주냐며 제 앞에 던지시더라고요. 그러고서는 사장 부르라고 강짜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큰 목소리로 비난을 당하고 있으니 제가 잘못한 일이 아님에도 수치심과 모멸감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뭐라고 더 드릴 말씀도 없어서 고참을 불러서 해결을 했습니다. 결국 그 할머니는 다른 상품으로 교환을 해 가셨지요. 원칙적으로는 교환조차도 안 되는 것이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인 ‘고객님’이 있어서 상품에 하자가 없으면 교환을 해주기는 한다더군요.

아무리 너와 나의 상식이 다른 세상에 살고는 있지만, 이런 식의 떼 부리기가 통한다는 사실이 조금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 할머니는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여기시고 앞으로도 똑같이 하시겠죠. 제가 있는 <다있는>곳이든 어디 서든요.

노년, 나의 모습에 로망이 있었습니다. ‘곱게 늙고 싶다’입니다. 그런데 하나가 더 추가되었어요. ‘상식이 있는 노인이고 싶다’입니다.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상식을 거스르지 않고 나이를 깡패 삼아 휘두르지 않는 고운 늙은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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