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다있는>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첫 일주일 동안, 저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고민의 늪에 빠졌습니다. “최저 시급에 내 몸을 갈아 넣는 게 맞는 일일까?”
고객으로서 애정하며 매일 출근하다시피 쇼핑하던 매장인데, 막상 직원이 되어 들어가 보니... 현실은 ‘쇼핑의 천국’이 아니라 ‘노동의 근골격계 지옥’이더군요. 남편도 처음엔 안 믿었습니다. “물 마실 시간도 없다고?” 네, 정말입니다. 진짜 없어요.
매일 할당된 박스는 오늘 끝내지 않으면 내일의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옵니다. 당연하죠. 내일은 또 내일의 박스가 오니까요. 진열-정리-창고행, 이 삼단콤보를 반복하다 보면 정말로 물 한 모금 마실 틈이 없습니다. 제가 얼마나 생각과 걱정이 많은 사람인데요. 그런 제가 일하는 동안 집, 아이들, 남편 그 어떤 생각도 안 떠올랐습니다. 눈앞에 닥친일을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은 다른 모든 생각을 밀어내더군요.
그런데 웃긴 건...
그 매장에서 저는 ‘어린 축’이라는 겁니다. 두 번째 스무 살을 넘긴 나이인데 말이죠. 세 번째 스무 살을 살고 있는 고참들을 보면 엄살을 부릴 수도 없습니다. 물론 노동초보인 제가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다고 말하면 이해를 해주시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제 업무를 덜어주지는 않습니다. 여긴 모두가 바쁘고, 모두가 힘든 곳이니까요.
쇼핑하던 시절에는 몰랐습니다.
이곳이 이렇게 냉정하고 치열한 생태계라는 걸. <다있는>곳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랄까요.
일주일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을 내렸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해 나가잖아. 젊음이라는 상대적 베네핏이 있는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자존심 상하지.’ 하는 이상한 고집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4계절은 보내보고 결정하자” 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조금 더 해볼게.”
제가 고민하는 동안 그만두기를 바랬던 남편이 묵묵히 집안일을 나누어 맡아주는 것을 보고 조금 더 힘을 얻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곤이 적응이 되는 날이 올까?‘
‘요령은 어느 순간 생기는 걸까?’
‘피곤에 적응된다는 건... 어떤 상태일까?’
이 ’피곤‘이라는 녀석이 어떻게 처리가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무언가를 지속하게 하는 힘은 결국 ’궁금함, 호기심‘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저는 이 궁금증이 해결될 때까지는 쉽게 그만두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