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조화를 사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EP.6

by 언니그라피

우리 매장에서 제가 밑은 카테고리 중에 ‘원예’가 있습니다. 흙, 삽, 씨앗, 분갈이 화분, 그리고 각종 조화들. 하루 종일 박스를 뜯고, 쪼그리고 앉아 진열하는 일은 고되지만 그 와중에도 알록달록한 꽃들을 만지다 보면 잠깐이나마 기분이 맑아집니다.


가끔 유난히 눈길이 가는 상품이 있습니다. 이번엔 라벤더 다발이었어요. 원래도 매력 있는 꽃이지만, 조화로 만들어진 라벤더는 보랏빛이 더 쨍해서 멀리서도 시선을 잡아끌었습니다. 너무 예뻤지만, 굳이 필요하진 않으니“눈으로 즐기는 건 출근해서 하자” 하며 깔끔히 진열해뒀죠.



며칠 뒤, 젊은 커플이 와서 그 라벤더 다발을 몽땅 사갔어요.

‘예쁜 커플이 예쁜 꽃을 사 가는구나…’ 기분 좋게 바라보는데, 셀프 계산대 앞에서 남성분이 계속 바코드 인식이 안 되는지 씨름을 하는 거예요. 도와드려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아 진짜, O 같네.”


순간 귀를 의심했어요. 너무 웃기기도 하고, 살짝 허무하기도 하고… 아니, 나의 예쁜 라벤더가 이렇게 입이 험한 주인에게 팔려가다니! 그날은 꽃보다 사람의 대비가 더 선명했습니다. 고운 보랏빛 라벤더와, 거친 말 한마디. 그래도 웃으며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했더니 또 공손히 인사하고 나가는 커플. 삶이란 게 참, 늘 이런 엇박자로 굴러간다 싶었어요. ㅋㅋ


그래도 예쁜 커플이 예쁜 꽃을 사 가지고 갈 땐 언행도 예쁘기를 바라봅니다. ^^

이전 05화최저시급 vs 건강, 그리고 이상한 자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