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집순이가 취직을 했습니다. 그것도 생전 해보지 않은 유통 매장이라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회와 연을 끊고 산 지가 무려 17년. 다시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우리 매장의 직원들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단일 성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에 대한 편견이 있었거든요.
어쨌든 일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직원들과 조화를 이룰 때까지는 마음 붙일 곳이 하나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캐비넷입니다. 넓은 매장에서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니까요. 문짝 안쪽에는 납작한 거울을 붙이고, 안쪽엔 작은 선반을 달아서 개인위생도구와 포켓 방향제를 넣어두었습니다. 문을 열면 기분 좋은 향기가 퍼지도록요.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 사진도 붙여놓을까도 잠깐 생각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노력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마음이 흐트러질 틈도 없을 만큼 너무너무너무 바쁘고 힘들어서요. 캐비넷을 열어 마음을 다독이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피곤하니 너무 귀찮아졌어요. 그러는 사이 직원들과는 빠르게 친해졌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입사한 매장에는 모난 분들은 없더라고요. 다른 매장에서는 고인물들이 꽤나 고약한 터줏대감 행세도한다고 들었거든요.
그렇게 캐비넷에 붙이려던 마음은 함께 일하는 선배 직원들에게 붙어버렸습니다. 일도 고되고 힘든 중에 사람마저 지치게 하면 정말 죽을 맛이었을 텐데 그나마 참 다행입니다. 그렇게 캐비넷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각보다 빠르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 속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낯섦'을 견디는 각자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익숙함'이 찾아오기까지 버티게 해주는 나만의 작은 기술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사물이나 공간이 아닌 사람에게서 익숙함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삶이라는 바다에서 안전하게 노를 저어 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