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브랜딩 스토리크리에이터 NangNang
date_2017 6월
이 프로젝트는 2층 양수그릴자리에 어떤 메뉴아이템 식당을 새롭게 꽂으면 좋을까요? 라는 의뢰로 시작되었으나 일을 진행하다보니 단일매장에 대한 브랜드개발이 아니라 동일 상권에서 다점포를 운영하는 식당사장님들의 Big Picture 전략 수립이 이 일의 핵심이었다.
1층 돼지갈비 전문 양수가든이 잘되어
2층 점포를 더 얻어서 확장을 할까하다가
새로운 삼겹살 고깃집을 2년을 운영해왔는데..
왜 그런지 2층은 잘 안되네요...
다른 메뉴로 새로운 가게를 열고 싶어요!
수제돼지갈비와 청국장이 유명한 양수가든은 불과 10분거리 애니골이라는 먹자형 특수상권을 곁에 두고도 10년이라는 세월, 고객의 사랑을 받으며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책상다리 하고 앉는 좌식형에 비좁은 듯 빼곡한 자리가 정감 넘치는 고깃집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좌식이라 정감도 좋으나 10여년 한자리 고깃집이다 보니 시설면에서 서비스면에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있어 고민하던 차에 때마침 바로 윗층 2층 호프집이 매물로 나오자 사장님은 젊은 층을 겨냥하여 좀 더 감각 있고 세련되면서도 쾌적한 고깃집을 하나 더 오픈하였다. 모태이자 원형과도 같은 양수가든은 수제돼지갈비 그대로 1층에서, 2층 양수그릴은 생고기를 그릴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1층에 비해 모든 점에서 쾌적하니 젊은 층들, 특히 젊은 엄마 주부들의 호응을 기대하였다. 오픈 초기에는 매출도 반응도 좋았으나 기대와 달리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들은 더 넓고 쾌적한 2층을 마다하고 굳이 1층을 고집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이유는 대다수 고객들이 이 집의 돼지갈비를 더 선호했으며, 2층의 영어식 간판 때문에 호프집으로 착각하거나 엘리베이터가 있음에도 2층으로 이동하는 것을 귀찮아했다. 점차 양수그릴은 양수가든의 단체석으로 의미가 변화되어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정된 아파트 주거 상권에서 고기집을 두 개운영하는 것이 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사장님은 2층에다 새로운 음식점을 오픈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메뉴아이템 선정을 위해 상권과 고객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하였다.
보통 항아리 상권이라는 표현은 입지적 특성을 고려한 표현인데
나는 이번에 풍동상권을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로 재규정 해보았다.
우리의 주고객으로 가상의 김정현 줌마를 놓고 그녀를 둘러싼 간단한 조건을 넣어보고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엄마들에게 외식이란 기념일/모임/등의 이유있는 외식과 귀차니즘 외식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특히 풍동의 경우, 애니골이라는 잘 발달된 집합 상권이 인접하고 있어서 이 두가지 기준을 대하는 주부들의 태도가 분명하게 달라진다. 즉 비록 10여분 거리 밖에 안 되어도 애니골로 외식을 나갈 때 엄마들은 제대로 된 치장까지는 안하더라도 간단하게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집을 나서지만 아파트 코앞의 상가로 동네외식을 나갈 때는 부스스한 차림이어도, 그냥 슬리퍼를 신고 나선다는 점이다
가격에 대한 결정태도, 음식 선택에 대한 태도 및 그녀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엄마들의 머릿속에 있는 동네외식의 조건은
1) 동네가격으로는 4인가족 기준으로 인당 8000~13000사이에 비용
2) 동네고기집 >전골이나 부대찌개 등 한 냄비음식 >칼국수면류
3) 서비스 질은 떨어져도 푸짐한 양
4) 이 가격에 푸짐하게 온 가족이 잘 먹었다라는 포만감
5) 내가 차리지 않았어도 무의식적인 죄책감을 자극하지 않는 밥다운 밥
6) 꾸미지 않고 집밖을 나서도 되는 거리
가족들에게 건강하고 따뜻한 삼시세끼를 먹이고자 하는 마음과 전업주부로서 밥하기 싫은 마음이 갈등할 때 배달음식보다는 코 앞이라도 나가서 건강식에 가까우면서 푸짐하여 이 가격에 한끼 잘 먹었다는 결론을 얻고 싶은 것이다.
아줌마 주권지역인 아파트 밀집 상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몇가지 음식 아이템 후보가 추려지고 자료조사와 우리가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들을 점검했다
풍동 양수가든이 한자리에서 10년을 그 힘이 쭉 이어온 데는 전문 셰프 출신는 아니지만 외식경영전문가인 사장님의 노력과 수고가 곳곳에 촘촘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집밖음식이라고 해서 달고 짠 맛이 아닌 슴슴하고 담백한 본연의 맛을 추구하고 있으며, 자주 먹고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집밥의 맛을 살리는 데 항상 그 기준점이 놓여있었다.
풍동 양수가든의 10년세월을 블로그등을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추적해 본결과, 청국장과 물김치에 대한 칭찬과 감동이 넘치고, 일반적으로 타 돼지갈비 전문점에 비해 달지않아 좋다는 평가가 빠짐없이 나왔다.
포장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청국장, 물김치 뿐만 아니라 고기까지 포장이 되어 주부들의 끼니 걱정을 덜어주니 포장만으로 일어나는 매출 또한 적지 않았다. 타 음식점에 비해 포장매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 점은 향후 매우 중요한 포인트로 여겨졌다.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강점과 약점으로 그리고 주변 외부요인의 기회와 위험요소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이러한 장점과 강점을 지닌 1층 양수가든은 그대로 두고 2층에 콤비가 될 만한 음식아이템을 선정하는 일이다 보니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양수가든의 단체고객에 대한 응대 정책이었다.
45평의 1층은 좌식에 노후된 시설이라 많은 인원의 단체를 수용하기는 어려운데 비해 2층은 70평이 넘어 널찍하니 양수가든 별관으로서의 2층 기능을 포기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2층을 완전한 두 개의 매장으로 쪼개는 일도 아니어서 우리의 토론은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했다.
사장님은 이런 토론과 논의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음식아이템 후보에 대한 시장성 확인 및 개발을 위해 발품을 팔며 열심히 벤치마킹을 다니기 시작하였고 끊임없이 세프와 함께 쉼없이 연구하고 몰두하며 열정을 쏟아부었다. 2월에 처음 만난 우리의 시간은 훌쩍 봄을 넘기고 어느 새 초여름을 맞이 하고 있었다.
“ 부대찌개로 결정했습니다!!!”
의욕과 확신에 찬 사장님의 결정 앞에 나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뭔가 우리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고 사장님의 핵심코어가 무엇인가를 다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글쎄요.....
동네상가 2층에다
그것도... 70평 규모의 부대찌개?????라구요 ....
2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