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gnang ×윤군
수능을 끝내자마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아들이
어제 드디어 겨울여행을
떠났다
세상 경험을 위해
혼자서
좌충우돌 여행을 떠나보내도 될 터이나
순진무구 어리버리 아들인지라
불안한 마음에 결국 남편의 등을 떠밀었다.
조잘조잘 쉴새없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평소에도 죽이 척척맞는 딸이 아니라
무미건조하기 이를데가 없고
큰 눈만 껌뻑이는 아들이랑
둘이서
무슨 재미냐며
결국 남편은
자신의 친구를 끌여들였다.
당초 취지는
그 집 아들도 이번에 수능을 본지라
넷이 딱이었는데....
그 집 아들은 수능끝나기가 무섭게 일찌감치 재수학원에 등록하여 열혈공부중이라
남자 셋이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오늘 아침
가족 톡에 남긴
아빠 윤군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제 문경새재
옛 선비들의 과거길을 부지런히 둘러보고
저녁무렵 같이 간 친구의
선배집에 들렸다
새재에서 차로 30분 거리였다
선배라는 분은
미술쪽 일을 하셨는데
이곳 고향에 내려와 정착한 지
벌써 25년째라 한다
불쑥 들이닥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어서 늦게까지 막걸리와 더불어 한담을 나누었고
하민이는 진작에 사랑방으로
몸을 누이러 사라졌다
12시가 넘어
나도 자려고 건너왔더니
바닥은 구들목이라녹시녹신한데
머리위로는찬 바람이 불어서
몸 아래는 뜨겁고
몸 위는 차가웠다
어린 시절 잠들던 느낌이
꼭 이랬다.
그래서 너무 반갑고 편안했다
자다말고 문뜩 옆을 보니
하민이가 이불을 풀어 헤친 채 자고 있었다
감기 들지도 몰라서 이불을 여며 주었다
그 순간
난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했던 거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한웅큼 와 있었고
섬돌 아래엔 장작이 타고 있었다
그랬다 간밤에 나를 뎁혔던 것은
보일러도 아니고 연탄불도
아니고 장작불이었던거다
그 장작불 감회가 새로워
이 달궈진 마음을 다른 가족에게 전한다.
윤군으로부터
내가 이세상에 태어나
가장 오래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편안하게
제일 사랑하는 두 남자
휴게소 인증샷이 왔는데
문득
이 두사람이
내게 어떤 존재인가...
아
새삼
뭉클해진다
#아들 #남편 #남자 #사랑한다
#아들과 아빠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