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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gNang Jan 29. 2016

두남자의 겨울여행

nangnang ×윤군

수능을 끝내자마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아들이

어제 드디어 겨울여행을

떠났다


세상 경험을 위해

혼자서

좌충우돌 여행을 떠나보내도 될 터이나

순진무구 어리버리 아들인지라

불안한 마음에 결국 남편의 등을 떠밀었다.


조잘조잘 쉴새없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평소에도 죽이 척척맞는 딸이 아니라

무미건조하기 이를데가 없고

큰 눈만 껌뻑이는 아들이랑

둘이서

무슨 재미냐며

결국 남편은

자신의 친구를 끌여들였다.


당초 취지는

그 집 아들도 이번에 수능을 본지라

넷이 딱이었는데....

그 집 아들은 수능끝나기가 무섭게 일찌감치 재수학원에 등록하여 열혈공부중이라

남자 셋이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오늘 아침

가족 톡에 남긴

아빠 윤군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제 문경새재

 옛 선비들의 과거길을 부지런히 둘러보고

저녁무렵 같이 간 친구의

선배집에 들렸다

새재에서 차로 30분 거리였다


선배라는 분은

미술쪽 일을 하셨는데

이곳  고향에 내려와 정착한 지

벌써 25년째라 한다

불쑥 들이닥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어서 늦게까지 막걸리와 더불어 한담을 나누었고

하민이는  진작에 사랑방으로

몸을 누이러 사라졌다


12시가 넘어

나도 자려고 건너왔더니

 바닥은 구들목이라녹시녹신한데

 머리위로는찬 바람이 불어서

몸 아래는 뜨겁고

몸 위는 차가웠다


어린 시절 잠들던 느낌이

꼭 이랬다.

 

래서 너무 반갑고 편안했다

자다말고 문뜩 옆을 보니

하민이가 이불을 풀어 헤친 채 자고 있었다

감기 들지도 몰라서 이불을 여며 주었다

그 순간

 난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했던 거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한웅큼 와 있었고

섬돌 아래엔 장작이 타고 있었다


그랬다 간밤에 나를 뎁혔던 것은

보일러도 아니고 연탄불도

아니고 장작불이었던거다


그 장작불 감회가 새로워

이 달궈진 마음을 다른 가족에게 전한다.


윤군으로부터



내가 이세상에 태어나


가장 오래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편안하게


제일 사랑하는 두 남자


휴게소 인증샷이 왔는데

문득

이 두사람이

내게 어떤 존재인가...

새삼

뭉클해진다


#아들 #남편 #남자 #사랑한다

 #아들과 아빠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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