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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gNang Apr 17. 2016

물난리 일요일에 관한 소소한 보고서

nangnang

호주에 사시는 사돈이

 올만에 한국 나들이를 오신지라  점심에 사무실 근처 국수집에서 뵈었다.

나랑은 열살이 차이나는데

내가 늦둥이다 보니

어렸을때

사돈언니라 부르며 따랐던 분이고

무엇보다 낭낭으로 살기시작한 나를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는지라

이번 한국여행 때 낭낭공방 구경을 희망하셔서

일요일 점심을 약속했었다


맛있게 국수를 먹고

낭낭 공방에 도착하자마자

으악~~~이게 뭐야


때아닌  물난리가 난 게 아닌가

우리 사무실이 지하 1층이긴 하나

배수가 전혀 안된 채

어제의 그 비를 고스란히 담고있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잠긴 물 위로

급하게 블럭으로 징검다리를 놓는데

......

왜이리 즐겁지?


상상밖의 일인데다가

물이 넘쳐 사무실 바닥도 흥건하여

나무액자도 젖어버리고 재료 창고도 성하지 않아 당장 내일부터 어찌해야할지

그야말로 대략 난감인 이 상황인데 말이다


첨벙거리며 은근 신난  내 모습에
조카의 4살 아들도 덩달아 신발을 벗어던진다


결국

잠깐의 커피 타임만 갖고

사돈과 조카는 서둘러 일어서고

남은 우리가족 넷은

수해복구작업에 돌입하였다


전문가 분 출동

걸레 수건 양동이 총출동

물을 퍼내고 막힌 배수구 뚫고

일요일 반나절 동안

때 아닌 물난리 수습작전이 펼쳐졌다


처음엔

황당하고 당황스러웠고

 이내

묘하게 신났다가

생각보다

피해상황?이 크다는 생각에 이르자

한숨과 걱정에 투덜대고 있었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나니

봄맞이 물청소를 한거 같아

기분은 다시 개운해졌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자라서

갓 20대가 되어 돕고있는 아들 딸이 보인다

일이 마무리 되자

두 녀석이 먼저

수고했어요~~~

격려의 말을 어른스레 건넨다

돌봐야하던 가족에서

동료같은 가족이

어느 새

되어있구나

낭낭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

소소한 일상 보고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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