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ME

02.

by 지언우

관계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일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려다가 일을 가늠하는 것조차 사람마다 다를 텐데 내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타인에게 특별함이 되면 나는 어떤 문장을 구사하는 게 옳을까. 란 잡념 혹은 사색이 글을 이었다.


매 순간은 물론이고 매주, 매월, 매년. 나를 무너뜨리는 사건과 감정과 사고가 닥쳐도 얻게 되는 깨달음이 좋았다. 이것이 내 삶을 변화시킨다는 장담은 할 수 없으나 어떠한 연유로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제가 흡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가장 많은 형태가 달라진 작년, 새 삶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거주지를 옮겼으나 그곳에서 끝을 맞이하려고 했던 시기에 문득 깨달음에 대한 마음도 죽었다는 걸 앎으로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정리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비유를 했던 말이 이것이다.


"나는 나의 머릿속 책장에 책을 하나씩 끼워 넣고 쌓여가는 모습의 깨달음을 즐기면서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리라는 게 꼭 가지런히 채워 넣는 건 아니잖아. 어쩌면 나는 책장을 전부 비워내야만 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퇴사를 하고 본가에 돌아가 요양이란 말로 나를 포장함으로써 회피에 대한, 나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 한 해가 흐르기 전 인간관계를 대폭 정리했다. 본가에서 곧 돌아가야 할 시간의 전 날, 어머니께서 방에 있는 내게 한 마디를 던지고 두 마디가 오간 게 다였는데 이 말이 곧 내년을 맞이할 올해까지 선명히 새겨져 있다.


― 가기 싫지.

― 가기 싫지. 그래도 가야지.

― 더 쉬었다 가.

― ···응.


침묵의 상황에서도 흐릿한 미소의 입술 사이로 숨통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