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0월이 오지 않길 바란 건 처음이에요.
생일이 있는 달이라 매번 10월만 내심 기다렸는데,
오지 말아 달라고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9월이 너무 행복으로 가득했어요.
제주도부터 시작한 제 꿈이, 혹여나 깨질까 봐,
일부러 약속을 더 만들고 더 채워나가며
빈 공간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워요. 벌써. 9월에 모든 것이.
향기부터 아침에 코끝을 스치는 미소와 기운까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어
더 애착이 가고,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었습니다.
보내줘야 하는데, 꿈에서 깨어나와
좋은 추억이라는 단어로 남겨둬야 하는데.
기억이 추억이 되는 게 무서워
애써 사진첩만 뒤적거리다 돌아가고 있습니다.
언제쯤 9월을 놓아줄 수 있을까요.
9월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웃어줄 수 있을까요.
이제 10월인데. 벌써 6일이 지난 7일인데.
10월의 달력을 보는 게 어렵습니다.
또 채워야 할 것 같아요. 꿈의 연장선에 있으려면.
일부러 약속을 더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만해야 하는데. 알고 있는데도.
애정 어린 마음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아직은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