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커피를 마시면 차분해지다 못해
우울해지는 내가 커피를 마시는 날이다.
혼자 있을 때 이런 감정을 마주하는 건
내가 나를 감당하고 감싸 안아 줄 수 있어서
빠르게 발맞춰 걷지 않고 느리게 더,
바로 앞 신호가 바뀌고 버스가 지나가도
느긋하게 가라앉고 싶어지는 날씨와 날이
꾹 누르고 있어도 내가 내 손을 잡고
숨도 더 크게 쉬어 보고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혼자여도 괜찮지 않나.
괜찮지 않나.
ps. 가끔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
네가 싫어했던 행동을 하는 나를 보면.
그러니까 커피를 하루에 두 잔이나 마시는 거야.
내가 우울에 우울에 우울에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막 드는 거지.
이런 날도 필요해. 나에게 우울이 필요해.
반항인지 아니면 이것도 나인지.
커피를 고르면서도 잠시 생각해.
아 누가 말려줬으면 좋겠다.
좋아. 손잡고 걷기 좋은 날씨에
이렇게 내 감정인데 아니게 되는 거.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이젠 나만 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