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육아휴직자의 이야기

1. 한강공원

by 정서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계절, 그래 봄이다.

3월 말까지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는 더 이상 거대한 봄의 기운을 버텨내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다. 경량패딩으로 성에 차지 않아 기모 있는 안감의 맨투맨을 찾아 입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거짓말처럼 더러는 반팔, 더러는 반바지로 환복 한 사람들이 한강공원을 누비고 있다.


모두들 자기들만의 전투를 하기 위해 누군가는 직장으로, 어느 누군가는 주방으로 또는 컴퓨터 앞으로 출근했을 월요일 아침, 나는 한강공원에 간다. 그렇다. 나는 현재 백수이다.

백수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는 "만 19세 이상인 성인이면서 직업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사전적 정의 따르면 나는 실은 백수가 아니다. 아직은 육아 휴직이라는 미명하에 직장에 속해있는 자로, 향후 휴직이 퇴사로 이어지길 준비하는 단계 정도랄까? 하지만 심리적으론 금전적인 수입이 없는 상태가 되다 보니 백수가 따로 있나, 지금 내 상태가 딱 백수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백수가 미래에도 백수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미래의 내가, 복직한 '직장인 모 차장'이 아니라 내가 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작가'가 되길 바라며 오늘 하루를 준비하고자 한다. 나에게 그 시작은 한강공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왜 한강공원이냐고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다. 사람이 태어나서 학령기를 지나 대학졸업 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시간표(직장, 군대, 혹은 출산 등)대로 인생을 살다가 자기에게 온전한 하루, 일주일, 혹은 한 달 등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보낼 거 같은가? 혹자는 그런 시간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종일 들으며 침대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평소에 하고 싶던 운동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등 취미생활에 모든 시간을 할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바람, 목표 등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하루 혹은 일주일, 심지어 두어 달까지는 어찌어찌 욜로족처럼 인생을 잘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의 노화, 금전적인 문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신경 쓰느라 자신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의 적절한 조화이다. 나에게는 다양한 운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아직은 기초체력의 부족, 시간과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운동은 앞으로의 내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 시작은 한강공원이다. 집과 비교적 가깝고 내가 가진 건강한 신체를 활용하여 기초체력부터 꾸준히 쌓아나가는 것, 이와 동시에 글을 쓰기 위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점, 그리고 나 자신에게만 허용적으로 관대해지는 게으름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한강공원을 걷고 또 걷는다.


지금 나의 이 사소한 첫걸음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 지금 당신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고, 뭔가 변화를 원하는데 바뀌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면 나처럼 밖으로 나가 한 걸음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햇볕아래 걷고, 또 걷다 보면 당신과 같은 생각으로 걷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게 나 일수도 있고, 당신의 인생에 꼭 필요하던 누군가 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내면에 있는 본인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늘 걷는 이 한 걸음으로 나는 오늘의 나를 변화시켜 내일의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 변화의 길을 이 글을 읽는 당신과도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