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이렌 소리
아침마다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등교 후 집으로 곧장 돌아오면 쌓여있는 집안일과 TV, 침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나 자신이 한심하여, 아이들이 교문을 지나 건물에 들어가는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후 바로 한강공원을 향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따가운 햇살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매서운 강바람에 볼이 다 얼얼할 때도 있지만 한 시간 남짓 한강을 배회하며 사람구경, 세상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오늘은 한강 걷기 운동을 하며 매일 듣는 '사이렌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강공원을 걷는 것과 사이렌 소리가 무슨 상관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한강공원으로 나가 30분 정도만 산책해 보길 권한다. 한강은 양 옆으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끼고 있고, 중간중간에 한강을 가로지를 수 있는 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그 말인즉슨, 무수히 많은 자동차가 서울 곳곳을 달리고 있으며 어디선가 들리는 이 사이렌 소리는 매 초, 매 분, 매 순간 어디에선가 자동차 사고가 일어났음을 알리는 소리이다. 뉴스에서 각종 사건 사고를 접하는 것과 달리 매일 듣는 이 사이렌 소리가 나에게 위험이 바로 옆에 상주하고 있다는, 일종의 '위험의 현실화'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면 설령 그게 저 도로 너머라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짐짓 상황을 살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나를 지나쳐 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떠한가? 미어캣 같은 내 고갯짓이 무안할 정도로 평온한 얼굴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 헬스 기구에 몸을 맡기고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 지인과의 즐거운 통화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모두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일절 관심이 없다는 표정과 행동으로 각자의 일에 몰두할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흘려듣는 BGM처럼 무관심한 사이렌 소리가 나 같은 사람에겐 대단한 위험신호처럼 느껴짐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우리 모두 안전사고등에 너무 둔감해져 버린 건 아닌지 혹은 타인의 위기상황이나 슬픔에 공감하고 걱정하는 그런 '인간다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슬픈 마음이 들었다.
매일 걷는 한강공원에서 시원한 바람 소리, 새들의 활기찬 지저귐 소리,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소리 등 온통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소리들만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생사가 그렇듯, 한강공원의 매 순간도 다양한 희로애락의 소리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에워싸고 있다. 그 수많은 소리들 중 오늘 하루만이라도 사이렌 소리를 들을 일 없는,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무탈하고 조금 더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