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육아휴직자의 이야기

5. 이탈리아 여행 (1)

by 정서우

올해 초 육아휴직을 하며 한 가지 꼭 해야지 생각했던 건 바로 '유럽여행'이었다. 남들은 학창 시절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떠난 배낭여행으로든 혹은 학업에 필요하여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으로, 또 자유여행이든 현실도피 등 기타 등등 다양한 목적으로 유럽에 다녀온 저마다의 추억이 있었다. 나의 이십 대는 고시 준비와 취업으로 채워졌고 삼십 대는 결혼과 출산, 육아로 정신없는 나날이었으며 이제 곧 마흔을 눈앞에 바라보고 있다.


지나온 삶에 후회는 없으나,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도전을 미뤘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남아 있다. 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에 하고 싶은 걸 미루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이제는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게 무엇이 되었건 일단 해봐라'이다. 운동이든 요리든 글쓰기든 만들기든지 일단은 뭘 해 봐야 그다음에 그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할까, 말까 고민일 땐 일단 해 봐야 한다.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음번에 안 하며 되지만, 고민만 하다가 안 하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게 될 뿐이다.


2025.04.04.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있었고, 대통령직 파면과 동시에 60일 이내 조기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는 사실이 확정되었다. 그와 동시에 직장인인 나의 남편은 회사의 연간 사업계획과 남은 연차, 주말이 포함된 공휴일 등을 비교하며 가장 효율적인 휴가 일정을 조율했다. 나 역시 그러했지만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월급, 휴가 그리고 오늘의 점심메뉴이다. 육아휴직 덕분에 직장에 메어 있지 않은 나와 아직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에게 '교외체험학습'이라는 유용한 결석사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가족의 여행은 오로지 남편의 회사 일정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후좌우 사정을 따지다 보니 점점 휴가를 쓸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몇 가지 안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보니 이러다가 죽도 밥도 안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덜컥 항공권을 예매해 버렸다. 출발예정일로부터 정확히 D-40일이었다. 나의 이탈리아 여행 준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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