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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갈빵 Dec 07. 2022

아빠의 그림들 (1)

거실 수납장 측면에 걸려있는 첫 번째 그림


3년 전 이맘때쯤이었다. 아빠는 하늘로 떠났다. 죽음을 글로 남기는 건 어째서인지, 아니 당연하게도 어색할 일이건만 쓰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최근에도 새삼 그 낯설음을 느꼈는데, 인사팀에 제출하기 위한 가족관계증명서에서였다. '사망', 참 날카로운 단어 하나가 외로워보이는 어느 이름 옆에 12월의 차가운 날씨처럼 서있었다. 사라짐은 늘 이렇게 뜬금없이 존재했다.


3년 전 이맘때쯤이었다. 몸이 몹시 피곤해 일찌감치 침대에 누웠던 날이었다. 깊게 잠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은 보통의 잠자리였다. 그날 방은 평소보다 조금 더 어두웠다. 조그만 말소리가 들려왔다. 꿈인가도 싶었지만 이내 방문을 통과하는 소리임을 알아차렸다.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흐릿했지만서도 그의 죽음만은 선명하게 들려왔다. 머리가 깨끗해졌다. 가슴은 축 내려앉아 되려 차분해졌다. 몸이 몹시 피곤해 친구들과의 약속을 물렀던 사실이 눈치없이 떠올랐다. '참 다행이다.'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1.  무제 <ㄱㅗㅇ14>, 45x28cm

안타깝게도 미술이나 그림은 멀디 먼 것이다. 아는 것은 아마 거의 없다. 공부할 의향은 있지만 어느 책을 펴야하는지부터 공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가 남긴 그림들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자 마음 먹은 이유는 분명 안다. 한참이나 오래도록 무기력했던 당신의 유일한 의지가 그림이었다는 것. 또, 전시였다는 것. 그림들이 집 곳곳에 숨어있다. 애써 꺼내보이고 싶은 마음이 가족들에게 스며 있다. 더불어 적어도 나는 그 그림들에서 특별함을 느낀다. 이렇게 작은 전시를 시작하려 한다. 당신의 그림 하나에 나의 말이 열일 것이다. 차분히 바라보고 담담히 적어보고 싶다. <아빠의 그림들>은 안타까운 마음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 끝은 사뭇 다르길 바란다.



칠흑 묻은 밤과 산, 도자기 하나와 호박 하나 그리고 네 개의 밤 :

그림 오른쪽 아래에 <ㄱㅗㅇ14> 라고 표식이 남겨져 있다. 모음과 자음은 분명 이름의 성인 ‘이려건만 14 뜻은 알지 못하겠다. 14번째 그림이 아니라는  다른 그림에서도 14 있기 때문. 나는 위와 같이 그림의 이름을 붙여보았다. 글을 쓰며 다시  밤과 산은  고독하다. 아득한 어둠 속에 누군가 홀로 남겨진  하다.  존재가 궁금하지만 다가서기 두렵다.

앞에 놓여진 사물들은 밝다.  도자기일까,  호박일까,  밤이고   개일까. 괜스레 궁금하다. 고귀한 도자기와 초라한 호박, 호박의 마름은 오히려 빛을 받아 적나라하다. 똑같이 빛에 의해 영롱한  개의 과는 차이가 있다.

사물과 배경의 대비가 명과 암의 차이보다는 어딘가 이어진 사물과 그림자의 관계로 보이기도 한다. 어느  하나 차별하지 않고 비추는 빛의 존재는 고맙게 느껴진다.


겉할기적 감상에 제멋대로 해석이지만 이대로의 의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천천히 전시를 이어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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