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갈빵 Feb 13. 2023

[맛동산 시리즈09] 다시, 신당동에서-

미국식, 옥경이네 건생선, 오빠 화이팅

0. 신당동

2020년 초에 갔던 신당동, ([맛동산 시리즈06]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딱 3년만에 다시 찾았다. 제법 비슷한 얼굴로. 워낙 먹을 것이 많은 곳이라 호시탐탐 재방문을 노리고 있던 터였다. 그때는 함께 잤으나 이날은 모두 집으로 갔다. 어쩌면 우리...성장했을지도?


3년 전보다 훨씬! 신과 구의 연결고리가 강력해진 신당동으로 꼬고!



1. 미국식

정말 미국식이다. 아메리칸 냄새가 풀풀 풍기는 비주얼. 보이는 것처럼 맛있다. 고기의 향이 짙고 빵은 거칠다. 한 입 베어물 때면 거칠고 진한 것들로 인해 내 안에 숨죽이고 있던 야성미가 뿜어나오는 것 같다. (웃음) 하나 유의할 점은, 양이다. SNS로 봤던 압도적인 비주얼과 미국식이라는 간판명으로 인해 크기 또한 어마어마할 놈인 줄로 알았다. 실제로 다음 코스들을 위해 2인당 1개를 먹을까도 고민했었다. 그건 또 아쉬우니 1인 1버거를 시켰고 생각보다 알맞은 크기에 오잉? 하기도 했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기에 2개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맛있어서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이름도 신박하다. 한자 맛 '미'와 국은 영어 'COOK'을 사용하고 식은 또 한자다, 먹을 '식'. 지점이 있다고 하는데 비교적 가까운 방배점에 한번 가볼 심산이다. 신당동의 오래된 곳들과 연결고리가 될 새로운 것들의 대표격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시장에서 타코를 파는 '라까예'도 새로운 것들 중 또 소위 힙한 곳이다.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엄연히 다르지만 어쩐지 비슷한 카테고리의 음식을 연속으로 먹는 것은 코스의 흐름을 자연스럽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향했을까. 다시, 옥경이네다.



2. 옥경이네 건생선

성시경의 먹을텐데 이후 부쩍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땐 평일 낮이었으니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었지만, 주말이면 줄이 죽 늘어서있다고. 각설, 탱탱한 갑오징어구이의 모습이 귀엽다. 통통 씹어주고 싶게 생긴 것이...젓가락을 들어올리게 만든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왔으니 소주부터 한잔하자.


이날은 회장님께서 직접 만드신 막걸리를 가지고 오셨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콜키지값을 지불한 뒤에 시음해볼 수 있었다. 포텐셜이 있는 막걸리, 완성형은 아니지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유망주와 같았다. 그렇게 진득한 막걸리와 투명한 소주, 버얼건 민어조림으로 3년 전 추억을 불러냈다. 깔깔깔. 함께 떠드는 것부터 재밌는데 추억할 이야깃거리까지 있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민어조림은 글쎄, 누구나 다 좋아할 맛은 아니었으나 술이 취함에 따라 우린 음식보다야 웃음소리를 안주로 하고 있었기에 특별히 신경쓰이진 않았다. 3차로 향했다.



3. 오빠 화이팅

시장통의 이자카야. 오빠 넷은...지나칠 수 없었다. 우릴 부르지 않는가. 좁디 좁은 곳에 끼어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배가 넉넉히 부른 우리에게 딱 좋은 스몰 안주들. 스몰이 모여 빅을 이루곤 하지만 어쨌든 하나씩,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이런 아기자기한 곳은 3, 4차 하기에 안성맞춤 아닌가. 소주가 없어 당황했지만 다행히 '새로'가 영업을 잘한 탓인지 메뉴에 들어서있었다. 감사할 따름이었다. 


명란구이를 필두로 꼬치들, 계란부침, 또 뭐를 시켰을텐데... 무튼 진득허니 마시고 마셨다. 취하기 좋은, 밝은 것도 어둑한 것도 아닌 조명에서 막차 시간을 확인했다. 그때의 우리보다 더 여유로운 지갑들이 있었지만 어쩐지 덜 여유로운 밤시간이었다. 끝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쉬운 마음은 왕간다로 달랬다. 오빠...오빠...오빠...차 있어?



0. 신당동

알차게 놀았는데도 아쉬웠다. 앞서 말한 라까예도 그렇고, 베트남 식당을 그대로 때려박은 pho25도 그렇고, 외의 노포들과 외의 맛집들도 그렇고 갈 곳들이 아직 많았다. 뭐, 사실, 그보다야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거 없는 우리가 즐거웠다. 회비와 축의금 안건도 정리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와해될 위기는 없겠지. 곧 또 보자. 그땐 같이 자자. 골골거리다 해장도 하자. 아무래도 숙취가 심한 난 못할 가능성이 많겠다.



작가의 이전글 [맛동산 시리즈08] 중구 일대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