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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흔한 비밀의 화원

어떻게 볼 것인가?

by 이요셉

일주일 만에 낙엽이 다 지고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에 개울을 사진 찍었습니다.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매주 오갈 때마다

핸드폰을 꺼내서 이곳을 사진 찍었습니다.

얼마 전 개울 사진을 sns에 공유했는데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교회 가까이 버스 정류장 뒷쪽에 있는 개울입니다.

마침, 이번 주일에 세움의 이경림 대표가

예배에 함께 참석했습니다.

그래서 이지선 교수와 세 명이서

사진 찍은 그 개울을 함께 가서 보여줬습니다.

두 분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형편없는 개울처럼 보였던 거죠.

나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 찍기도 하지만

습관처럼 눈으로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 눈은 내가 원하는 것을 취합해서 담습니다.

사실은 눈으로 본다기보다는, 뇌로 기억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봤어.'라는 말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하지만 사진은 취합해서 담지 못합니다.

사진 프레임에 들어간 것을 찍습니다.

거기에 주관을 더하기 위해서 화각이라든지

조리개라든지, 노출이나 구도를 더해줍니다.

거기에 관점을 더합니다.

쓰레기 개울처럼 보이는 그곳에서

나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쓰레기 개울로 볼 것인지

비밀의 화원으로 볼 것인지.

사진 속 사내는 필리핀에서 만났습니다.

사진은 재야의 고수, 카리스마를 가진

은둔의 기타리스트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많은 자녀들과 좁은 집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그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초라해 보이는 현실이

그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픔과 웃음이 혼재한 세상에서

나는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볼 것인지,

오늘 만나는 그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매일 만나는 풍경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노래하는풍경 #1624>

#사진교실 #Perspective #비밀의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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