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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Oct 18. 2017

멈춘 시간속에서

울릉도 저동항에서의 기다림

'나는 기다리는 건 잘하는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자꾸만 밀려서

난감하긴 하지만

이곳에 갇혀 있다고 

특별히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풍랑주의보 때문에

지금 울릉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원래는 어제 독도에서

하루를 자고 오는 일정인데

기상이 악화되면서 급히 독도에서 울릉도로 나왔습니다.

울릉도 저동항


육지에 있는 것과 섬에 있는 것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육지에 있으면 어떻게든 차편을 만들거나

멀리 돌아서 가는 방법이라도 강구할 수 있는데

섬은 배가 뜨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에는

그저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기도하며

마냥 파도치는 방파제를
바다 곁을 거닐었습니다.

울릉도 저동침례교회

그러다 숙소 가까이에 있는

저동침례교회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110여 년 전 울릉도에

처음 생긴 교회라고 합니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바람과
파도소리가 들리는 예배당에서

자연스레 기도했습니다.


"아무도 너를 불쌍히 여긴 자가 없었으므로

네가 들에 버려졌느니라.

내가 네 곁에서 지나갈 때에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발짓하는 것을 보고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겔16:5-6)


아. 바닷소리에 실려

주님의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이 오래된 교회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울릉도 저동항


아무도 불쌍히 여긴 자가 없었지만

외딴섬, 당시 120 가구 정도 살고 있었다는 

이 섬을 보시고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풍전등화 같은 시간 속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버려진 작은 아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발짓만 하던 내게 

주님이 말씀하셔서 오늘을 살게 되었습니다.


뒤이은 말씀은

그렇게 살게 된 이스라엘이

크고 아름답게 자란 후에

어떻게 주님 앞에서 음행했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떤 존재였나요.

우리가 어떤 존재였나요.

주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울릉도 저동항

"주님,

생각 외의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시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저의 삶 가운데 많은 일이 있고

뜻밖의 일들이 날마다 닥쳐옵니다.

그럴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평안을 놓치지 않고

그 시간 가운데 주님이 주시는

은혜와 교제를 누리게 해주세요.


우리의 삶이 주님 안에 있기에

어둠도 밝음도 계획했던 것도 뜻밖의 것도

모두 소중합니다.

주님 안에서 악한 것, 버릴 것이 어디 있습니까?

주님 이 마음을 놓치지 않게 해주세요.


어디에 있던지, 무엇을 하던지

내 마음이 주님 곁에 있는지

점검하게 도와주세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앞두고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멈추게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잠잠히 엎드려 기도해야 하기 때문인가요?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 나는 이 시간 주님께 묻습니다.


멈춰진 이 시간 속에 잠시 내려놓고 

주님, 주님, 주님

주님 이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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