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를 만나다

성북동 91번지

by 이요셉

우리의 여행은 길을 잘못 들어서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어!…… 아저씨 쌍다리역 안 가요?”

“종점입니다.”

종점이라는 말에 떠밀려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스마트폰의 지도를 펼쳐놓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길을 안내하던
길치 넘버 식스(6) 양이 나지막이 중얼거렸습니다.
‘ 어… 이상하다….’

다들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지만,
웃는 눈으로 길치 넘버 식스(6)양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으로
응징은 쉽게 끝이 났습니다.
우리는 지금 여행 중이니까요.

성북동 골목


우리의 목적지는 쌍다리역 근처의 성북동 91번지 의원.
그런데 어쩌다 보니 재개발로 과거의 시간에서 멈춰버린 성북동 북정마을에 와있네요.
우리는 길을 잃었고,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북정카페”

마을 버스정류장이자 동네 마실인 북정카페 벽에는 사진액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주민들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있다는 사진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니
북정마을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내가 이 동네에서 60년 산 사람이야.”

한가로운 마을 풍경 안으로 불쑥 들어온 분은 홍씨 할아버님이었습니다.
우리가 길을 잃은 지 어떻게 아셨을까요?
할아버님은 다짜고짜 자신을 따라오라며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십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골목길. 좁은 길 끝에 펼쳐진 작은 땅 한 조각만 보여도
그곳에는 고추, 파, 호박이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후미진 골목길과 함께 이어진 초록빛 텃밭이 북정마을에
‘시골 마을’의 옷을 입혀놓습니다.

앞서 걷던 홍씨 할아버님을 놓치고 다시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길에 들어섰습니다.

낯선 길이기에 설레는 마음,
여행은 그 마음을 따라가는 과정인가 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낯선 골목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걷다 보니
어느새 태양이 머리 위로 바짝 떠올랐습니다.

이제 쉬어야 할 때입니다.
마을 정자를 발견하자, 다들 정자 위에 대자로 눕거나 풀썩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정자를 만든 어르신들은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바람 한 점 없던 골목길과는 달리 정자의 기둥 사이사이로 바람이 붑니다.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다시 떠날 채비를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가늠하는데 어디선가
"까르륵"
여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집 앞 커다란 고무 다라 안에서
여자아이 하나가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부끄러웠는지
벌떡 일어나 분홍 커튼을 젖히고 집으로 뛰어들어갑니다.
하얀 팬티 바람으로 말이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고 있자니
이번에는 서너 명의 아이들이 대문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옵니다.
고무 다라에서 벌어지는 몰놀이 한판에 한낮의 뜨거운 골목길이 한껏 시원해졌습니다.

(계속)

영상 이경조, 글 이음, 사진 이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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