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가지고 싶었다

영웅적 몸짓 뿐 아니라

by 이요셉
고양이 골목

20대 중후반, 오랫동안 내 기도는

깊이를 가지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존재는 한없이 얕아 보였다.


깊이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세상의 경험과 감정을

갖고 싶다는 이유와 비슷했다.

하찮은 위로가 아니라

통찰을 가진 위로와 도움을 전하고 싶었다.


그 기도를 오랫동안 품었고

기도의 연장선에서 집 주변의

노숙인들에게 빵과 음료를

나누고 그들과 어울렸다.

긴 여행을 떠나 보기도,

억울함이나 외로움과 슬픔을 안고

살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깊이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고

그 후, 시간이 한참 흘렀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기도했던 시절도 잊고 지냈다.


오랜 인연을 가진 친구가

그때의 시절을 말해주었고 생각이 났다.

'그래. 오랫동안 그렇게 기도했었지.

그 기도를 품고 살았었지.'


이제 더 이상 그렇게 기도하지 않는다.

드디어 깊이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


이런 유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데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꼭 필요하고

영웅적인 몸짓뿐 아니라,

평범하게 쌓아 가는

일상의 남루함이나 수고로움과 같은

대가 지불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기도의 응답은 일시적이지 않고

시간과 과정으로 만들어져 간다는 사실도.


<노래하는풍경 #15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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