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지 않는 곳

by 팔구년생곰작가






오늘은 하루가 지옥과 같았다. 일이 바빠서? 아니면 누군가 나에게 큰 상처를 주어서? 그런 문제들이 아니었다. 그동안 누적되어온 피로 때문에 '어지러움 증상'이 심해진 것이다. 사실 어지러움 증상은 오래전부터 간헐적으로 있어왔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을 찾아가는 것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어지러움 증상이 심하게 지속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것부터 실수가 반복되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잘할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네기는커녕 "나는 왜 그럴까.?",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하면서 의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병원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일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작은 것 하나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의료인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인 '나'라는 사람에게는 간호사라는 직업은 막대한 부담감을 안겨준다.


여러 응급상황과 다양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고통의 신음소리와 호소를 들으며 그들을 끝까지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아래 나는 불태워지고 재가 되어간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일 수도 있는 환자들에게 다시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최선의 치료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환자의 보호자가 나의 식사를 걱정하면서 작은 초코바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조심스러워 사양하고 돌아서려고 하였으나, 보호자는 끝까지 내 손에 초코바를 쥐어주었다.



"이렇게 고되고 힘든 일을 해주시는데 무엇이라도 드시면서 일하세요."



마음속 한편에 '뭉클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것도 사치일 만큼 응급센터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다독이려고 한다. 나는 간호사 그리고 의료인 이기전에 한 명의 사람이고 인간이니까.


남들이 알아주기 전에 스스로 깨닫고 조금이라도 알아가야겠다.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생명의 최전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