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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Oct 13. 2024

스쳐가는 상념, 치유의 과정







그가 언제 인생의 밑바닥에 다다랐는지는 기억조차 흐릿했다. 하지만 그 시절은 언제나 마음속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었다. 타인의 무시와 멸시는 마치 찬바람처럼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편견 어린 시선은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 상처는 곪아터진 상흔처럼 남아 있었고, 시간이 지나도 그 아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작은 카페 구석에 앉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무의식적으로, 그는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과거의 아픔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마다 느끼는 분노와 회피는 그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자신이 아무것도 못하는 나약한 존재라고 부정하며 끊임없이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처는 더 깊어져만 갔다. 피하기만 한다고 해서 아픈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깨달았다. 상처받은 나약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비로소 자존감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자의든 타의든 어려움을 견뎌낸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는 진흙 속에 피는 꽃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런 사람들처럼 그도 자신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나약했던 자신의 모습을 안아주었다. "괜찮아, 너도 소중해." 속삭이며, 작은 키는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닌, 그의 독특한 매력이었다. 오늘따라 그 작은 키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그도 모르는 어떤 연대감을 느꼈다. 모두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마침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상처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는 조용히 다짐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그는 다시 한 걸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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