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민이들

Part 3. ep 4. 위센터가 어떤 곳이냐면 3

by 오엉


근데 오히려 '퀸연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홍실장님이었어.


우리한테 본인을 '실장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다든지, 작년 공문을 살펴보면서 "김연진이 너무 완벽하게 해 놨는데 난 어떡해!" 하며 소리 지른다든지, 아무튼 '실장으로서의 본인'에 압도되어 사람들이 눈치 보게 만들었어. 물론 눈치는 나랑 내 옆자리 영애언니만 본 것 같긴 한데, 아무튼 나는 마음이 불편했어. '홍실장님.. 엄청난 능력자라는 걸 아는데.. 언제쯤 김연진 실장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본인의 역량을 뽐내실 수 있을까?' 하는 측은지심이 들었어.


내가 차마 전하지 못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홍미영 실장님의 옆에 앉은 중등 팀장 김민선 선생님이었어. 홍실장님의 최측근이자 오른팔, '직접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도는 인물이었지.








한 10년 전쯤, 김민선쌤이 결혼도 안 한 20대였던 때에 두 사람은 한 지역 위센터에서 만났다고 했어. 그때 홍실장님은 전문상담교사로 실장을 맡았고, 김민선쌤은 전문상담교사가 아니라 전문상담사였다고 하더라고. 전문상담사였던 김민선쌤을 "너 나중에 결혼도 하고 애기도 낳고 나서 육아휴직 당당하게 하고 호봉도 쭉쭉 올려 받으려면 전문상담교사 해야 된다", "공부해라", "임용 봐라"해서 전문상담교사 만든 게 홍실장님이었다는 거야. 머리 좋고 똑똑하고 매사 성실한 민선쌤은 결국 임용 합격해서 전문상담교사가 됐고, 그 둘은 그때부터 인생의 대소사를 함께하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된 것 같았어.


근데 제삼자가 조금만 시간을 두고 둘을 지켜보면 좀 이상한 걸 발견할 수 있었어. 홍실장님이 민선쌤을 너무 막 대하고, 민선쌤은 홍실장님이 뭐라고 하든 네네 하는 거야. 민선쌤을 바로 옆에 두고도 "김민선! 너 이리 와 봐!" 하며 꼭 본인 자리로 불러서 "너 이거 틀렸잖아!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너 바보야?!" 하며 타박하는 일이 잦았어.


Gemini_Generated_Image_n5e63rn5e63rn5e6.png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생성형ai 이미지입니다.



근데도 민선쌤은 기분 나쁜 티 하나 내지 않고 "아 제가 틀렸네요~" "죄송해요 실장님~" "네 고칠게요 실장님~"하며 실장님 비위를 맞췄어. 위센터 내 실장님의 인기(?)가 높을 때도 낮을 때도, 낮다 못해 추락할 때도, 민선쌤은 변함없이 실장님 곁을 지켰지. 둘은 늘 함께였어. 그래서 사람들은 둘을 '미민이들'이라고 불렀지.


항간에는 민선쌤이 홍실장님의 가족이다(?)라든지 민선쌤의 빚을 홍실장님이 갚아줬다(?)든지 아니다, 집을 사줬다(?)든지 하는 루머가 돌았어. 나중에 다 같이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가 "아니 민선쌤이 하도 실장님 비위 맞춰줘서 우리는 실장님이 민선쌤 대출 갚아준 줄 알았잖아~"라고 던졌었는데 민선쌤도 홍실장님도 정색을 해서 분위기가 어색해졌던 기억이 나. 둘 다 별다른 말이 없이 기분 상한 표정을 하기에 다른 선생님이 얼른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렸었지 뭐야.






아무튼 그 둘의 모습은 우리네 가부장적이고 꼬장꼬장한 아버지와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그것과 닮아있었어. 그건 또 우리 집 부모님의 모습과 닮아있었고. 그게 위센터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고 적응해야 할지 1차적인 길을 터준 것 같아. 아주 무의식적으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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