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ep 3. 위센터가 어떤 곳이냐면 2
나에게 위센터는 '꽂힐까 봐 두려운 곳'이 아니라 '가고 싶은 멋있는 곳'이었어.
신규 발령받았을 때부터 4년 동안 내가 겪은 위센터는 정말이지.. 멋져 보였거든.
태초에 '퀸연진'이 있었어.
그녀는 위센터 중등 팀장으로 있다가 실장(센터장) 자리까지 오른 전문상담교사인데, 학력도 좋아 미모도 뛰어나 일도 잘해, 심지어 사업 수완이 뛰어났어. 물론 교육청 소속 기관이다 보니 돈을 벌어들일 일은 없지만 큰 사업들을 만들어내고 지역 내 연계기관들을 섭외하고 투자받고 하는 식으로 학생 상담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데 탁월했어. 전국에서 우리 지역만이 유일하게 매년 '상담 축제'를 열었는데, 그게 바로 그녀가 만든 사업이었지.
후배 상담교사들을 위한 전문상담교사 처우개선에도 힘썼는데, 각종 노조나 협회 등에서 언론을 대면하는 데는 늘 퀸연진이 나섰지. 저경력 전문상담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나 강의에 나와 위클래스 운영이나 학생상담 실무 등에 대해 강연하는 건 뭐 기본이고 말야. 김연진 실장님은 나에게 우상이고 롤모델이었어. '나도 저런 상담교사가 되고 싶다' 그런 맘을 갖게 했어. 그러다보니 위센터에도 들어가고 싶어졌고.
하지만 4년을 두 학교에서 채우고 위센터로 들어가는 거다 보니 퀸연진과 함께 일할 수는 없었어. 한 학교(나 기관) 당 최대 5년까지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퀸연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거든. 퀸연진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상실감이 컸지만, 차기 실장님도 퀸연진만큼 대단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실망감을 빨리 덜 수 있었어.
그녀가 바로 '홍실장님'이야.
퀸연진이 실장일 때 중등 팀장을 맡고 있던 인물.
퀸연진보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오래되고 대외활동도 더욱 활발했어. 퀸연진이 노조나 협회 등에서 언론을 대면한다면, 홍실장님은 그 노조나 협회의 '회장'을 맡는 사람이었지. 이미 다른 지역 위센터의 실장을 몇 번이나 맡은 경험이 있는, 퀸연진의 선배교사이자 전문상담교사 계의 고인물. 그런 분이 내 실장님이 된 거야.
홍실장님과는 이전에 같이 일한 적이 한 번 있어. 위센터로 발령 나기 전 겨울이었는데, 교육부에서 위클래스 관련 매뉴얼을 제작한 적이 있었어. 난다 긴다 하는 협회 사람들이 모여 매뉴얼을 제작하는데 홍실장님이 대장이었고, 홍실장님이 초등 전문상담교사가 필요하다고 하자 당시 실장이던 퀸연진이 나를 넣어준 거야. 그렇게 겨울 내내 홍실장님 및 협회의 높으신 선생님들과 같이 매뉴얼 제작을 했었지.
홍실장님은 성깔이 보통이 아니었어.
'언니부심'이 있으셔서 저경력 후배교사인 나에게는 대체로 온화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친하고 막역한 사람들에게는 유독 가혹했어. "너 제대로 안 해?", "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같은 말을 쉽게 하는 분이었어. 어느 날엔 매뉴얼 제작을 하다가 친한 남자 후배교사하고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는데, 그날 이후로 홍실장님이 그 남자 선생님한테 너무 살벌하게 굴어서 매뉴얼 제작팀 전체가 살얼음판이었던 기억이 나. '전문상담교사가 어떻게 저렇게까지 하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업무 수행에는 너무 탁월하셨어. 조금 이상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매뉴얼 작업 마무리 후 그 남자 선생님하고도 화해를 하셨고 회식 때마다 너무 즐겁고 호쾌하셔서 그냥 나도 모르게 그 일을 잊고 그분을 좋아하게 됐던 것 같아.
내 동경의 대상 퀸연진, 그리고 그녀보다 높은 사람 홍실장님.
나는 '어쩌면 퀸연진의 위센터보다 더 대단한 위센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던 것 같아.
'다들 퀸연진, 퀸연진 하는데! 나는 홍실장님이 더 좋다!' 그런 생각을 하며 출근을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