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중용, 그냥 하기만 하자

흑백논리와 중용의 미덕에 관하여

by Epakouon 에파쿠온

흑백논리 : 어떤 상황을 두 가지의 양강 구도로만 나누어 보려는 관점, 이분법이라고도 한다.

중용 :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


흑백요리사라는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리에 문외한이지만 시청하다 보면 어떤 요리가 훌륭한 요리인지 어설프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어떤 특정한 간(짠맛, 단맛)이 과하지 않고 적절한 요리.

맛의 레이어가 있어야 하지만 과하지 않고 재료 각자의 역할을 하는 요리.

덜어냄의 미학을 실천한 요리.

재료들의 익힘이 적절한 요리.

흑백요리사들은 각자 요리의 중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 바둑판에는 흑돌도 있고 백돌도 있는 것이다.

짠 음식이라고 해서 설탕이 안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단 음식이라고 해서 소금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보색의 조합은 그 어떤 색의 조합보다도 아름답다.

우리는 이분법에 가로막혀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


우리 사회는 항상 노력의 미덕을 강조해 왔다.

노력해야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다니며 집도 사고 결혼도 한다고.

어쩌면 우리는 '노력'이 아니라 '과한 노력'을 칭송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직장에서 돌아와 운동하고 자기 계발도 하던데, 나는 뭐 하는 거지?"

"친구의 딸은 공부 열심히 해서 명문대 갔다더라. 학교 다녀왔으면 학원 갈 준비 해야지."


우리는 그들의 노력을 너무나도 칭송한 나머지 끊임없이 자신을 불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노력도 중용을 지키는 것. 나태함도, 과한 노력도 아닌 적절한 노력만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원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비법이다.


그들도 365일 죽어라 공부하고 일하지 않는다.

매체에 보도되는 양 끝단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경탄하지 말자.

자극적인 이슈들만이 온라인상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법이다.

우리는 그냥 하면 된다. 포기하지 말고 하기만 하면 된다. 휴식의 중용을 믿어보자. 노력의 중용을 믿어보자.


동양 철학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은 미덕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그토록 찾던 진실은 양 끝단이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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