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암 선고 그 이후
아주 평범했던 한 가족이 겪게 되는 일반적이고도 특수한 사건에서 시작된, 그리고 아직도 진행 중인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사건은 단순하다. 아버지에게 내려진 폐암 4기 선고가 그것이다. 한국인의 거진 3분의 1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통계 자료를 보면 내 근거리에 분명 나와 같은 마음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도무지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 하나 찾기가 어렵다. 20대 후반이라는 내 나이를 생각하면 암이라는 놈을 겪기에 내 또래들의 부모님 연배가 아직인 것이기도 하겠지만. 따라서 누구에게 반복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답답한 속내를 털고자 하는 마음 반, 비극이지만 어쨌거나 이것도 인생의 경험이니까 기록을 해 두어야 한다는(!) 불효녀같은 마음 반을 더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사실 결심을 한 지는 한참 됐고, 글도 끄적거리긴 했는데 꾸준하진 못했다. 그 땐 글을 정리하면서도 끄아앙 하고 울었으니... 그렇다고 지금 상황이 좋아져서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안타깝게도 오히려 더 나빠졌지만 지금이라도 기록을 해 두는 게 우리(라고 쓰고 '나의'라고 읽어야 하는?) 삶을 위해 좋을 것 같아서 그렇다.
아무튼 간단하게 소개해보자. 정년을 7여 년 남기고 희망찬 노후를 준비하던 중 폐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 쉰을 맞이하면서 잃어버렸던 자유를 조금씩 찾고 있던 어머니, 꿈을 슬슬 찾아보려던 한 살 터울의 여동생 그리고 퇴사를 감행하고 대학원 생활을 눈앞에 두었던 20대 후반의 내가 겪게 되었던, 겪고 있는 그런 시시콜콜한 일상과 단상을 풀어놓으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당연히 내 생각과 내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우리 가족이 마주한 가장 두렵고 그래서 가장 용감한(이라고 위로하는) 나날들을 돌아보고, 나아가고, 기록해 본다. 그래서 이 글이 나와 같은 처지의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고, 암과는 거리가 먼 누군가에게는 일말의 이해를 불러온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