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어스 뇔케

by 정뎅

"173p 우리가 구름 위를 날아가는 동안 느끼는 행복감의 배후에는 세심하고 엄격한 작업들이 있으며, 눈에 띄지 않지만 많은 전문가의 노력이 숨어있다는 의미다."



며칠 전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이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하면서도 아닌가 나인가 하는 불안이 꿈틀댔다. 요즘 일을 맡은 정도로만 했던 결과 내 안에 양심 내는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선글라스 하나 사서 끼고 오라며, 신나게 결혼준비 하면서 공부에 집중하는 한 해를 가지라고 말해주는 남자친구의 위로에 불안이 푹 가라앉아 있다 가도 제 버릇 남 못 주듯 또다시 숨 쉬듯 차오르는 불안이 나의 현재를 집어삼키려고만 했다.


그러다 엄마를 통해 나의 걱정을 들은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이야기 들었어. 으이구 그게 뭐 그렇게 큰일이라고 기가 죽어 있어, 걱정 말고 당당히 어깨 펴고 다녀. 뭐 세상 무너질 일이라고!!”


아빠라면 부모님이라면 걱정할 만한 일을 앞둔 자식에게 마땅히 해 줄 만한 말씀일 수 있지만, 그 말은 내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많은 위로 와 커다란 용기가 되어 내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고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토록 차갑고 무서운 세상에 태어나 서른이 넘도록 구김 없이, 제 나이에 할 만한 제 걱정만 가지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도 여전한 엄마의 30년 넘는 육아와 가정살림이 아빠의 30년 넘는 직장생활과 가정지킴이. 그 밖에도 수많은 노력과 넘치고 빼곡한 사랑 덕분이라 생각하니 든든한 감사함과 행복감, 존경스러움이 밀려왔다.


평소 감사함보다 부모님께 서운하고 상처받았던 점을 더 자주 떠올리진 않았었나 하는 마음에 죄송스러운 마음도 함께 가득 밀려왔다. 부모님이 나를 지켜오신 수많은 시간, 그 방법이나 과정들이 늘 예쁘고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해 그 뒤에 있는 부모님의 큰 마음은 보지 못하고 작은 것에 가둬두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원래나 당연히라는 건 없는데 어쩜 그렇게도 당연하다고 느끼며 살게 되는 건지. 다른 게 아니라 이렇게 겸손함을 잃기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진정으로 가치 있고 추구해야 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더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게 마치 그 자리에 늘 있었던 것처럼 당연하게 존재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것인지 잘 모른 채로 지나쳐버려 후회를 남기곤 한다. 그리고 후회하느라 또다시 놓쳐버리기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세상 다른 어떤 것과도, 아무리 보기에 같은 것이라고 한들, 그 어느 것이라도 그 둘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내게 존재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가치는 본인만이 느끼고, 깨닫고, 만드는 것일 테니.


반갑지 않은 소식을 통해 내가 얼마나 커다란 품 속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아온 사람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겸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찾아온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 순간에도 다른 것을 놓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며 이번 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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