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각형] Ep7. "급"개인사는 오전 8시부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육각형은 점.

by ephemeral

"전기자전거가 사람도 치고다녀요?"

동료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공유 자전거와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쿠(GCOO)


그날 아침,

팀 메신저에는 또 하나의 ‘급’이 올라와 있었다.


“어제 팀장님이 전기 자전거에 치이셨대요.

오늘은 못 나오신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문장이

웃어도 되는 문장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했다.


우리는 출근과 동시에

업무가 아니라

‘부재 사유’를 확인하는 팀이다.


왜냐하면,

오전 8시쯤 이런 메신저들이

자주 올라오기 때문이다.


"제가 오늘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 연차를 쓰게되었습니다."


"어제 긴 미팅으로 인해 몸이 안좋아

금일 급 병원 방문으로 쉴 예정입니다."


출근 체크보다 먼저 결석 사유를 읽었다.


전기 자전거는

생각보다 자주 사람을 친다.


개인적인 사정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긴 미팅은

유독 그녀의 건강을 위협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은

항상 아침 8시에서 9시 사이에 일어났다.

신기하게도 예고는 없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단호하게 말해왔다.

“근태는 사전 공유가 기본입니다.”


그 기본은

늘 우리에게만 기본이었다.


우리는 답장을 남겼다.

“네.”

그 한 글자는

공감도 아니고, 이해도 아니었다.

그저 시스템에 없는

또 하나의 승인 버튼이었다.




사전 보고.

인사 시스템 등록.

반차, 연차는 반드시 사전 합의 후 처리.

그녀가 가장 자주 하던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원칙은 늘 아래에서 위로만 적용되었다.

그 사정은 다양했고, 빈도도 일정했다.

당일 아침에 팀 방에 공유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급" 연차는

그렇게 시스템 등록 없이

자주, 급하게 사용되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건 중요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그 부재가 늘 예고 없이 찾아왔고

업무는 예고 없이 떠넘겨졌다는 점이었다.


전무님에게 보고해야되는 당일,

팀 동료가 대신 보고를 해야했고


해외 본사와의 컨퍼런스 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내가 진행했다.


혼선은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은 더 원할하게 돌아갔다.

심지어 조용했다.


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생긴 업무 부담을

성장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공백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어떤 해석이든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녀의 급한 개인 사정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연초에 정산되는 잔여 연차 수당

아마 그녀의 지갑과 배를

두둑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원칙은 분명 존재했다.

다만 방향이 있었고

그 원칙에서

그녀는 늘 예외였다.


리더로서 가장 기본을 강조하던 사람이

그 기본에서 가장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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