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육각형은 점.
"전기자전거가 사람도 치고다녀요?"
동료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날 아침,
팀 메신저에는 또 하나의 ‘급’이 올라와 있었다.
“어제 팀장님이 전기 자전거에 치이셨대요.
오늘은 못 나오신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문장이
웃어도 되는 문장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했다.
우리는 출근과 동시에
업무가 아니라
‘부재 사유’를 확인하는 팀이다.
왜냐하면,
오전 8시쯤 이런 메신저들이
자주 올라오기 때문이다.
"제가 오늘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 연차를 쓰게되었습니다."
"어제 긴 미팅으로 인해 몸이 안좋아
금일 급 병원 방문으로 쉴 예정입니다."
출근 체크보다 먼저 결석 사유를 읽었다.
전기 자전거는
생각보다 자주 사람을 친다.
개인적인 사정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긴 미팅은
유독 그녀의 건강을 위협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은
항상 아침 8시에서 9시 사이에 일어났다.
신기하게도 예고는 없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단호하게 말해왔다.
“근태는 사전 공유가 기본입니다.”
그 기본은
늘 우리에게만 기본이었다.
우리는 답장을 남겼다.
“네.”
그 한 글자는
공감도 아니고, 이해도 아니었다.
그저 시스템에 없는
또 하나의 승인 버튼이었다.
사전 보고.
인사 시스템 등록.
반차, 연차는 반드시 사전 합의 후 처리.
그녀가 가장 자주 하던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원칙은 늘 아래에서 위로만 적용되었다.
그 사정은 다양했고, 빈도도 일정했다.
당일 아침에 팀 방에 공유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급" 연차는
그렇게 시스템 등록 없이
자주, 급하게 사용되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건 중요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그 부재가 늘 예고 없이 찾아왔고
업무는 예고 없이 떠넘겨졌다는 점이었다.
전무님에게 보고해야되는 당일,
팀 동료가 대신 보고를 해야했고
해외 본사와의 컨퍼런스 콜은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내가 진행했다.
혼선은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은 더 원할하게 돌아갔다.
심지어 조용했다.
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생긴 업무 부담을
성장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공백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어떤 해석이든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녀의 급한 개인 사정은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연초에 정산되는 잔여 연차 수당은
아마 그녀의 지갑과 배를
두둑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원칙은 분명 존재했다.
다만 방향이 있었고
그 원칙에서
그녀는 늘 예외였다.
리더로서 가장 기본을 강조하던 사람이
그 기본에서 가장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