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Ep.1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by ephemeral

처음 연락부터 조금 이상했다.


연락처를 넘긴 지 사흘이나 지나서야
김 군은 약속을 잡았다.

그 이후로는 구체적인 장소에 대한 연락이 없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파토난 소개팅이구나’ 생각했다.


약속 당일 아침,
갑작스레 링크 두 개를 띡 보내더니
고르란다.


파토난 줄 알았던 나는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주선자들을 생각해서

“그러지 말고 삼겹살에 소주나 하자”고 했다.

김 군은 흔쾌히 찬성했다.


의외로 그는 매너 있게 대해주었다.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2차를 제안했다.

2차에서는 질문 폭격이 이어졌다.

인생 목표, 커리어 고민, 돈,

그리고 정치 성향까지.



시간은 어느덧 10시.

집에 가려던 나를 붙잡고

노래방에 가고 싶단다.

거절을 잘 못하는 나는 따라갔다.

노래를 잘하진 못했지만

이상하게 재미있었다.


어느덧 11시 반.
다시 집에 가려 하자
그는 “맥주 한 잔만 더”를 외쳤다.


만취 상태에서 맥주를 홀짝이다가
12시 반이 되어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안에서 그는
애프터 약속을 바로 잡았다.


김군의 집이 약속 장소 근처라
택시가 잡히지 않아
내가 가는 길에 그를 내려주었다.


다음 날부터 우리는
유사 연애하듯 연락을 주고받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파토난 줄 알았던 소개팅이었는데.




그는 나에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나도 생각하지 않기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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