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Ep.3 나의 시간 침범은 허락되나, 그의 시간 침범은 불가하다.

by ephemeral

나를 불편하게 한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나를 좋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이해하려 애썼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건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걸려오는 전화였다.


한 번 통화를 시작하면

두 시간은 기본이었다.

솔직히 힘들어서

자는 척 피해본 적도 있다.


그래도 통화 자체는 즐거웠다.

내 루틴을 지키지 못했지만,

연애를 하려면 그 정도의 희생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김 군은 조금 달랐다.

내가 선호하는 연락 방식에는

전혀 맞춰주지 않았다.


연락의 빈도가

마음의 크기는 아니라며.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있던

나로서는 조금 서운했다.


김 군은

라운딩을 나가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회식을 하는

자신이 “occupied” 된 시간에는

철저히 연락이 두절되었다.

기본 네 시간.


화장실을 가거나,

이동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짧은 틈에도

그의 시간은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별 수 있나.

나에게 미친 듯이 몰입하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지.

맞춰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그렇게

나의 시간은 늘 열려 있었고,

그의 시간은 늘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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