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사람도 증발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마지막으로 김 군과 만난 다음 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대화했다.
출근, 식사 여부 등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아직 그는
증발하기 전이니까.
보고싶다던 뮤지컬이 있었다.
회사에서 할인가로 올라와
김 군과 일정 확인 후
예매를 진행했다.
아직 그는
실존하니까.
그 날 회식이 있다고 했다.
잘 다녀오라고 했다.
역시나 연락은 두절이었다.
하지만 김 군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
그러려니 했다.
아직도 그는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그날 밤.
내가 잠들기 전까지
김 군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도
연락은 없었다.
출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아무 일도 없다는듯
메시지가 왔다.
"굳모닝, 죽겠다ㅠㅠ"
나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그의 메시지를 읽고
답하지 않았다.
사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끝으로
김 군은 사라졌다.
헤어지자는 말도 없었으니
우리는 헤어진 것도 아니다.
다만,
김 군이 증발했을 뿐이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
가끔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너의 집에 두고온
내 위스키.
아직도 피우고 있을
딥티크 캔들.
너가 얼굴에 바르고 있을
내가 선물한 화장품.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뿌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바이레도 모하비고스트 향수.
혹시
돌려줄 생각은 없을까.
우리
아직 헤어진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