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각형] Ep3. 니탓도 니탓, 내탓도 니탓 1

세상에서 가장 작은 육각형은 점.

by ephemeral

Part 1.


“다른 팀 탓 하지 말고, 알아서 챙겼어야지.”


지난해 말,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물류사 이관이 진행됐다.

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새로 맡게 된 물류사조차

출시를 앞둔 브랜드의 대규모 이관을 부담스러워했다.

500개가 넘는 SKU 이관.

5만 개 이상의 신제품 상품화 작업.

기존 재고 이전과 신규 상품 등록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였다.


처음 맡는 브랜드였기에

작업 속도가 더딘 것은 당연했다.

당연히 출시는 줄줄이 밀렸다.


그녀가 내세운 이관의 명분은 단순했다.

“이전 팀장의 방식 지우기."


부임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녀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그건 전 팀장이 잘못한 거잖아.”

“그때 결정이 완전히 틀린 거야.”

또는 외국인들과의 컨퍼런스 콜 진행시

짧은 영어로 "What they did was totally wrong!"

라고 즐겨 말하기도 했다.


일부는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미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가까웠다.


문제는 현재였다.

매장에서는 매출과 직결된

신제품 지연에 대한 압박이 들어왔고,

물류 현장에서는 물리적인 작업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는 최소한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상황을 정리해 팀장에게 공유했다.


돌아온 말은 짧았다.

“미리 파악해서 물류를 더 압박했어야지.

왜 다른 팀 탓을 해?”


이관 결정은 그녀가 독단적으로 했다.

기본적인 일정도, 방식도 파악 조차 하지 못한채.

하지만 일정 지연의 원인은

현장을 충분히 압박하지 못한 실무자의 책임이 되었다.


본인이 추진한 일에 대한 결과가

민망하고 창피해서 큰 소리를 낸 것인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렇다면 이해는 되니까.


그날 이후 나는

조직에서 ‘책임’이 이동하는 속도를 배웠다.

결정은 위에서,

결과는 아래에서.


작년 11월부터 밀리기 시작한 출시 일정은

아직도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누구보다 자주

과거의 결정을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던 사람

왜 그날만큼은

남 탓을 경계하라고 말했는지.


아마 그 말은

조언이 아니라 방향이었을 것이다.

“니 탓으로 정리하자. OK?”



(Part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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