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육각형은 점.
우리 회사는 소비재를 다루는 회사라
더 이상 정상 판매가 어려운 재고를 모아
사내판매를 진행하곤 한다.
실무자에게는 꽤 고된 행사다.
물량을 옮기고, 세팅하고, 결제하고,
부족한 재고를 채우고,
밀리는 줄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도 업무의 일부라 생각하며
직원들은 묵묵히 준비한다.
그녀에게 사내판매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전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존재를 알리고,
가볍게 농담을 건넬 수 있는 날.
작년 말, 우리 팀도 사내판매를 준비했다.
유통기한 임박 재고는 없었고
시즌이 지난 상품이 일부 있었다.
매장 시즌오프나 아울렛 이관으로 충분히 소진 가능했다.
굳이 사내판매를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녀는 진행하길 원했다.
재고 처리의 효율보다는
행사 자체가 필요해 보였다.
행사 당일 아침,
그녀는 유난히 깜찍한 차림으로 출근했다.
우리가 물량을 옮기고, 테이블을 세팅하고,
박스를 뜯고 있는 동안
그녀는 메신저를 시작했다.
“자기야, 오늘 우리 사내판매 알지?”
"엉아, 이따가 와! 물량 미리 빼뒀어!"
행사가 시작되자
그녀는 가장 넓은 테이블에 앉아
결제용 PDA를 집어 들었다.
“계산은 머리 아프니까,
옆에서 금액만 불러줘.”
팀 막내가 계산기를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사원이 아닌
팀의 리더가 ‘결제 담당’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했다.
줄은 점점 길어졌다.
막내는 금액을 불러주느라 고개를 들 틈이 없었다.
우리는 계속 물건을 채웠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짧은 농담과 안부를 건넸다.
그날 그녀는
그 어느 날보다 진심이었고 적극적으로 보였다.
오후 두 시.
우리는 겨우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엔 떡볶이, 튀김, 그리고 종이컵에 담긴 물.
우리 손에는 아직도 박스 먼지가 묻어 있었고
허리에는 묵직한 통증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입에 떡볶이를 잔뜩 넣고
의자에 등을 기대더니
세상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하! 오늘처럼 열심히 일한 건 처음이야.
나 오늘 할 일 끝~!”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날
가장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눴고,
가장 많은 시선을 받았고,
가장 오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도 정확했다.
‘결제 완료’ 화면이 뜰 때마다
작은 성취가 쌓였을 것이다.
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존재감도 길어졌다.
우리는 그날 알게 되었다.
그녀가 '일'할때 주로 쓰는 근육은
뇌가 아니라 입과 손가락이라는 것을.
떡볶이를 질겅거리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오늘의 할 일을 완벽히 수행한 사람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