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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여섯 번째

떠도는 마음, 떠드는 마음

by 재인


마음이 재잘재잘 떠든다

나는 밑으로 내려가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들을 리 없는 마음은 온몸이 울리도록 떠든다

끊임없이 말한다


끊임없이 떠돈다


무슨 말이 그렇게 하고 싶고

무슨 말을 내 귀에 넣고

무슨 말을 내 눈에 담고 싶은지

마음이 재잘재잘 떠든다


마음은 내 영혼의 물결을 따라 떠돌고

마음은 내 혈관의 감정을 따라 떠들고

나는 손가락으로 살짝 집어 들고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본다


어떤 소설가는 기억할 만한 일이 있다 해도

거대한 시간에 묻혀 잊혀진다 썼다

나는 거기에 두 번 세 번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또 밑줄을 긋는다, 어쩌죠


잊으라 떠들고 잊으려 떠돈다

잊으라 떠돌고 잊으려 떠든다

거대한 시간에 묻히지 않고 짙은 자국처럼 묻는다

재잘재잘 떠드는 마음이 내게 묻는다


잊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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