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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한 번째

숨바꼭질

by 재인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야 해

꼭꼭 숨죽이고 숨어있어야 해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면 안 돼


그러나 감정은 한 올로 피어나

치렁치렁 내 마음에 길게 늘어지고

한곳을 살랑살랑 지나가지


끝내 고개를 살긋 내민 그것들을 보고

내 손등을 만지며 이제 네가 술래야 라고 말하는 너

넌 서서히 내 앞에서 사라지고


너의 한 올 한 올 머리카락들은

우리 사이의 공기를 흔들며 숨어들었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너의 것은 어떠니

너의 것도 한 올, 피어났니

나에게 슬몃 보일까,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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