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엄마의 어플개발기
2024년 여름, 한적한 주말 오전에 남편과 침대에 누워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3개월, 8개월 두 자매가 침대 아래에서 꽁냥 대며(?) 서로 머리카락을 잡아 뜯고 있었고, 이야기는 바로 스톱.
다음날 저녁, 핸드폰 게임에 정신이 없는 남편의 고개를 탁 잡고 다시 이야기해 보자며 전날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보, 어플을 만들어볼까?
???
남편 눈에서 보이던 물음표가 아직 생생하다. 게임을 방해받아서 약간 짜증 난 듯한 표정과 내가 잘못들은 것 같다는 어이없는 표정의 뒤섞임. 자세를 고쳐 잡을 의지도 없이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는 남편의 모습에 등짝을 때리며 진지하게 들어보라고 엄포를 놓았다. 늘 막연하게만 생각해 오던 일이었는데 아이 둘 육아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 정도 육아에 자신감도 붙고 내가 아는 걸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도움이 되고 싶었다.
육아 어플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초보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어떨까? 계획 없이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말을 남편에게 우다다다 쏟아내 보니 희미하게 어떤 갈피가 잡히는 듯도 했다.
"그래.. 대충 알겠는데.. 여보는 문과잖아. 미적분 알아?"
"뭐래. 찾아보면 다 방법이 있겠지. 모르는 건 하나씩 배우면 되지!"
어릴 때부터 착착 문과의 길만 밟아 온 내가 어플을 만든다니 남편이 어이없어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대로 머릿속 구상을 놓아버리자니 너무 아쉬웠고, 오랜만에 느껴지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첫째를 키울 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헤쳐나가기 바빴는데, 이것도 경력이라고 둘째를 키워보니 약간의 여유가 생긴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물론 나이 때문인지 체력에 한계가 느껴져 몸은 더 힘들었다).
날마다 어플 어플 노래를 불렀더니 어느 날, 남편이 아이디어를 냈다.
"주말에 아이랑 나들이할 곳을 알려주는 어플은 어때?"
남편은 주말마다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 시간이 너무 안 간다며 늘 나들이 갈 곳을 검색하고 다녔기 때문에 그런 어플이 있다면 훨씬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 나는 약간의 어플 기능을 구상하며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응? 이미 있는데?"
이미 출시된 어플이 있을뿐더러 그것보다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 이건 패스.
그럼 다시 구상해 보자. 대학교 때 들었던 마케팅 수업을 떠올리며 일단 도서관에 들러 브랜드 관련 책을 몇 권 들어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시선을 사로잡은 책은 <퍼스널 브랜딩>에 관련된 책이었다.
"사업은 타인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데에서 출발한다."
상대가 힘들어하는 것을 대신해줘야 한다는 건데..
내가 육아하면서 힘든 점이 뭐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불현듯 올해 임신하고 다이어리에 적어둔 정부혜택 목록이 생각났다. 당시에 임신하면 받을 수 있는 정부 혜택들을 정리하는데 정보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 애먹었던 기억도 스멀스멀 떠올랐다. 정부 혜택을 모아둔 사이트는 없는지 찾아보다가 결국 각개전투로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하나하나 받아가며 혜택 목록을 지워가던 그때 그 모습. 그건 분명 나만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혜택도 많고, 도움 되는 정보도 널려 있는데, 무수히 많은 검색 결과 속에서 하나의 정답을 찾아가는 그 지리멸렬한 과정이란.. 답이 있는 것 같은데 정답을 모른다는 것은 정말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였다. 특히 찾고 또 찾아서 겨우 찾은 정보가 "지난달에 마감"이라고 뜨는 순간, 울컥하고 허탈한 기분을 아는 사람?
내가 받을 수 있는 정부 혜택을 알아서 착착!
이런 정보를 알아서 정리해 주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AI가 요즘 워낙 똑똑하니, 알아서 내게 맞는 혜택을 알려주고 다이어리 쓰듯 자연스럽게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찾아보니 육아와 AI가 결합된 어플은 아직 출시된 게 없었다. 이런 어플이 대체 왜 없는 거지? 세상에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 육아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육아라는 게 가끔 너무 고립된 기분이 드는데, 이 어플이 작은 위로나 동반자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좌충우돌이긴 했지만.
- 다음 이야기: 제2화. 아이디어에서 현실로, 육아 어플 기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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