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엄마는 코딩을 몰라

전업엄마의 어플개발기

by 동네언니

제일 쉽다는 프로그래밍 언어 공부의 시작


어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난 정말 순진했다. 뭐든 배우면 되지 않나? 여러 검색을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 중 초보자도 배우기 쉽다는 파이썬을 선택하여 유튜브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교재가 다음날 도착했을 때, 벌써 개발자가 된 것 같은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이렇게 어려워 보이는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벌써 내가 개발자가 된 것 같은, 추구미에 도달한 것 같은 벅찬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 밤잠 든 시간까지 쪼개서 파이썬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씩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변수? 이거 알겠네!" "조건문? 아아 알 것 같아. 영어 문법 공부할 때 본 적 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은 냉정했다. 육아라는 거대한 스케줄 속에서 개발 공부는 너무나 천천히, 더디게 흘렀다.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 번 벽에 부딪히면 몇 날 며칠을 제자리에서 맴돌기 일쑤였다. 도대체 이 코드가 왜 작동을 안 하는지 어디가 틀린 건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가장 답답했던 건,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직접 수업을 듣고 직접 질문을 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학원을 다니고 싶었지만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내겐 사치스러운 말이었다.





엄마 개발자의 좌절


"이대로 하면 몇 년이 걸리겠구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매일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 문장도 안 되는 코드를 짜면서 몇 시간을 보내는 나를 보며, 이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그렇다고 당장 포기하긴 싫었다. 배우기 시작했으니, 기초라도 익혀야겠다는 마음으로 틈틈이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육아와 개발은 서로의 적이었다. 아이가 낮잠에서 깨는 순간, 내 개발의 꿈도 함께 멈췄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내가 진짜 잘하는 건 개발이 아니라, 엄마들이 필요로 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는 거잖아? 내가 이걸 직접 다 할 필요가 있을까? 개발이라는 산에 스스로 올라가는 대신, 이 일을 맡겨서라도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외주를 결심하다


외주 개발이라는 단어는 내게 큰 결단이었다. 처음부터 스스로 모든 걸 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내가 원하는 어플의 기능과 방향을 명확히 잡아나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더디게 걷는 사이, 많은 엄마들이 이 어플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는 조급함도 생겼다.


외주 개발을 결심하고 나니,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어떤 업체를 선택해야 하지?" 검색창에 '어플 외주 개발'을 입력했을 때 뜬 수많은 업체 이름들을 보고 멍해졌다. 이 중에서 나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줄 곳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 기능 하나하나를 정리하고, 필요한 화면 구성과 사용자 경험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만들어 둔 그림을 외주 업체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가격이 중요한 줄 알았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업체마다 제안하는 견적서의 금액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어떤 곳은 내가 예상했던 금액의 두 배를 부르기도 했고, 어떤 곳은 터무니없이 낮아 의심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라는 막막함이 다시 찾아왔다.


혼란 속에서 우선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어플 개발 경험이 없는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으려면,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정리해야 했다.


1. 대표의 마인드와 소통방식

2. 실제 경험과 포트폴리오

3. 합리적인 가격


기준을 세운 뒤 직접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들 친절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한두 번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각 업체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다. 어떤 곳은 단순히 기능 리스트만 보고 견적을 부르며 “원하시는 기능 추가하려면 비용이 더 늘어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프로젝트로만 보는구나.


반면, 최종적으로 선택한 업체의 대표님은 달랐다. 내가 기획한 어플의 기능과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견적도 합리적이었다. 어플을 출시하여 중국에 엑시트 한 경험도 있으니 선배로서 날 잘 이끌어줄 수 있겠구나 하는 직감도 들었다.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이 업체와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이후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건 여전히 내 몫이었지만, 그걸 현실로 만들어줄 믿음직한 파트너가 생겼으니까. 외주 개발은 단순히 맡기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파트너와 함께 어플의 세부적인 기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대표님이 물어보셨다.


피그마에 화면계획서를 그려주시겠어요?


네??? 피그마가 뭔가요? 화면계획서는 또 뭔가요?

산을 넘었다 하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는 이 느낌.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 다음 이야기: 제4화. 어플 화면계획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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