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엄마의 어플개발기
"이제 로고와 톤 앤 무드를 정해야 해요."
"아직 로고도 없고 색깔도 어렴풋한 느낌 밖에 없는데 천천히 정하면 안 될까요?
"안 돼요. 톤 앤 무드를 먼저 확실히 잡기만 하면 나머진 술술 풀릴 거예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떨어진 할 일. 로고와 톤 앤 무드 정하기! 사용자들이 이 어플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로고이고, 어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게 톤 앤 무드였다. 이 두 가지는 어플의 성격을 나타내는 얼굴과 같았다.
어떤 로고가 이 어플을 가장 잘 표현할까?
로고는 어플의 첫인상이다. 핸드폰에 깔려있는 수많은 어플들 중에 눈에 확 들어오면서도 어플의 가치를 잘 나타내야 한다. 생각해 본 결과,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간결한 디자인: 사용자가 복잡한 모양에 정신사납지 않도록 심플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디자인
고급스러운 느낌: 너무 귀여운 이미지로 가지 않고 편하고 힙하게 육아하는 느낌
핀터레스트에서 여러 키워드를 조합해 가며 이미지를 찾아보았고, 시중에 유명한 브랜드 중 참고할 수 있는 게 있는지도 유심히 알아보았다. 펜을 들고 스케치를 시작했다. 둥근 선과 심플한 패턴이나 한붓그리기도 괜찮겠다. 발렌시아가나 타다 처럼 텍스트 자체를 로고로 삼으면 좋겠지만 생각한 상호가 길어서 로고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몇 가지 시안을 그린 뒤, 어플의 방향과 제일 비슷해 보이는 이미지를 골라 로고디자인 업체에 디자인을 맡겼다. 업체에서는 육아어플이니 귀여운 이미지로 가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내가 생각한 이 어플은 아이보다 부모의 편리함과 힙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바꿀 수 없었다. 디자인 업체에서 시안을 받고 수정사항을 전하고 여러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니 2주가 지나서야 겨우 로고가 나왔다.
로고가 어플의 얼굴이라면, 톤 앤 무드는 어플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어플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 어플의 메시지가 어떤 언어로 전달될지를 고민했다.
먼저, 색감은 베이지와 페일 핑크 중에 고민하였다. 부모들이 하루 종일 육아로 지쳐 있을 때, 어플을 켰을 때 느낄 수 있는 시각적인 편안함이 중요했다. 차분하면서도 신뢰감 있는 느낌을 전달하자. 이번에도 핀터레스트 어플을 켜고 종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를 찾아 헤맸다. 편한 육아. 힙한 육아. 힘들어진 '요즘 육아'를 '옛날 육아'처럼 쉽게 하는 느낌?(물론 옛날 육아도 어려웠겠지만 요즘 육아는 또 정보가 많아 결이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금방 찾긴 어려웠지만 머릿속에서 흐릿하게 떠다니는 감각들을 검색 키워드로 구체화하다 보니 생각이 명확해지는 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어플의 말투는 어떻게 할까? 육아는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플의 말투가 유저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어야 했다. 또 전문가는 인터넷에 차고 넘치니, 이 어플은 전문가가 아니라 동네 육아 선배로서 꿀정보를 툭툭 알려주는 듯한 포지션을 잡고 싶었다.
"신청하세요!" 대신 "이 혜택 알아? 이번 달 말까지 신청이래."
이런 작은 차이가 유저들의 감정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믿었다.
로고가 완성되고, 톤 앤 무드가 정리되니 어플의 정체성이 점점 더 구체화되었다.
이 어플이 육아의 짐을 덜어주는 정보 도구를 넘어, 부모들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꿀정보를 찾아 헤맸던 적이 있고, 친한 육아 선배가 옆에서 그런 정보들을 다 알려줬으면 좋겠다 싶었던 적이 있기에, 많은 엄마 아빠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이제 본격적인 개발로 나아갈 준비가 끝났다.
- 다음 이야기: 제6화. 육아에 AI를 한 스푼 더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