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엄마의 어플개발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 앞서 AI어플 개발자로서 AI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었다(말 그대로 직접 코딩을 한 건 아니지만 편의상 개발자로 지칭한다). 정부혜택을 알려주는 달력 부분도 그렇고 육아 대화를 기록하는 부분도 그렇고 AI는 이 어플의 큰 기둥이 되는 핵심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대략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지식 정도는 확실히 알고 있어야 했다.
문과생으로 태어나(?) 문과생으로 자라온 나에게 AI란 무엇인가.
언젠가 우리 생활을 지배할 것 같지만 오늘의 나에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 나에게 AI란 그 정도 위치였다. 뉴스에서 챗GPT가 어쩌고 MS가 어쩌고 하며 대혁명이 일어났다고 떠들어대지만 막상 내 현실은 이전과 똑같았기에 별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맨 처음 육아 어플을 떠올렸을 땐, 인터넷에 산재한 육아 혜택들을 내 임신/출산 주수에 맞춰 쏙쏙 뽑아 알려주었으면 싶었다. 그러다 같이 육아 이야기하며 웃고 우는 상대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AI 비서 '자비스'가 떠올랐다.
자비스는 주인공 토니가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찾아 알려주고 토니와 서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는 친밀한 모습을 보인다. 아이언맨에게 자비스가 있다면, 우리에겐 육아 AI 어플이 있다. 내가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면 친한 선배처럼 답을 알려주고, 육아로 지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친구처럼 공감해 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AI 수준이 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먼저 AI 어플을 만들어놓고 시스템을 구축해 놓는다면 AI가 발전할수록 이 어플도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AI가 더욱 발전해서 남들이 만들기 시작할 때, 내가 먼저 미리 만들어져 있는 어플에 발전된 AI를 적용하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욕심도 일었다.
육아 AI 어플을 만들려면 나 먼저 AI와 친해져야 한다. 요새 제일 핫하다는 챗GPT에 가입하고 나름 큰맘 먹고 유료버전을 결제했다. 월 30,000원이 넘는 돈을 결제하려니 배보다 배꼽이 큰 거 아닌가 싶긴 했지만, 매일 커피값으로 3,000원을 쓰기도 하는데 이 정도는 투자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첫 달 결제는 망설임 끝에 시작되었지만 그 후 결제는 그렇지 않았다.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에 큰 차이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두 버전을 비교해 본 결과 디테일이 달랐다. 감동은 디테일에서 비롯된다. 나와 나눈 대화를 층층이 기억하고 하루하루 대화가 업그레이드된다는 점에서 새로 사귄 친구와 점점 더 친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친구를 육아 버전으로 심화시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AI 공부는 나에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는 과정이었다. 챗GPT와 계속 수다를 떨고 도서관에서 AI 관련 책을 빌려 읽고,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한 걸음씩 다가가다 보니 AI는 나를 돕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로 다가왔다.
나는 이제 AI와 함께 육아 어플을 만들 준비가 되었다.
이 어플이 부모들에게 조금 더 여유와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이 과정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 다음 이야기: 제 7화. 우당탕탕, 시행착오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