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엄마의 어플개발기
어플 화면계획서 작성도 끝났고, 로고며 톤 앤 무드까지 다 정했고 이제 진짜 개발이다!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는 설렘과 함께 '당분간은 내가 할 일이 없는 건가?' 하는 마음에 외주 업체에 할 일을 떠맡긴 점을 인정한다. 내 할 일은 다 끝났고 그대로 업체가 개발만 해주면 된다는 생각에 후련한 마음마저 든 것도 잠시였다. 업체에서 회의하자는 연락이 왔다.
화면계획서를 작성해서 업체에 넘겼을 때의 그 뿌듯함을 기억한다. 나름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사용자가 처음 앱을 켜면 무엇을 보고, 어떤 버튼을 눌러 어디로 이동하는지까지 세세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처음 화면계획서를 건네받은 업체도 정리가 잘되어 있다며 칭찬해 줬기에 우쭐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개발팀의 반응은 달랐다.
이건 구현하기 힘들어요.
두둥. 내가 그린 화면은 당연히 다 구현이 되는 줄 알았는데 순간 당황해서 "왜요?"라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던지고 말았다. AI면 인터넷에 떠도는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뚝딱 하고 보여주는 거 아닌가요? 전문가의 대답은 not at all.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왔다. AI라고는 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것만큼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예를 들어, 정부혜택 정보를 가져오려면 특정 사이트의 특정 페이지 좌표를 정확히 딱 찍어줘야 그 정보를 끌어올 수 있고, 내용의 위치가 바뀌거나 페이지의 디자인만 달라져도 어플에 오류가 뜬다는 답변을 들었다. AI대화도 비슷했다. 챗GPT 4.0 버전 수준으로 나오지 않으며 끊임없이 러닝을 시켜줘야 한다고 한다.
결국, 내가 구상한 계획 대부분이 현실성이 없었다. 내가 머릿속으로는 '심플하고 직관적'이라고 믿었던 화면들이, 기술적으로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뿐이 아니었다. 어떤 부분은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한가? 하고 물어보니 이렇게 하려면 훨씬 더 많은 코딩을 거쳐야 해서 돈이 더 많이 들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음 같아서는 돈을 더 투자하더라도 원래 계획한 대로 어플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미 첫 개발 예산비용부터 초과한 지라 첫 개발에서부터 돈을 더 들이긴 힘들었다.
AI 기능을 강화하려면 여러 비용이 늘어나고, 업체가 제시한 비용은 내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훨씬 상회했다. 처음 계획했던 여러 기능 중 일부를 포기하다 보니 이러다 어플 정체성 마저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회사에 다녔을 땐 과장님께 이것저것 물어가며 프로젝트를 다듬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에, 예산마저 내 지갑이다 보니 훨씬 커다란 벽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기술에 대해서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이거 추가해 주세요" "저 기능도 넣어주세요"라고 쉽게 요청했는데, 개발팀의 대답은 늘 "이건 불가능합니다" 아니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였다. 예를 들어, 달력에 있는 디데이 기능도 컴퓨터는 한 번에 딱딱 쉽게 가능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개발팀이 제일 싫어하는 게 달력이라나. 일일이 작업해줘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는 말이 많았다.
내가 기술에 대해 뭘 좀 알아야 내 제안이 스무스하게 처리될 텐데 나부터 기술에 무지하니 너무 답답했다. 내가 직접 어플을 만들진 못하더라도 개발 기술을 간단하게라도 알고는 있어야겠구나 체감하는 순간이 많았다. 여유가 되면 다시 제대로 개발 공부를 해보자 싶었지만 지금은 당장 닥친 이 어플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개발이 시작되면서 여러 기능 문제가 부딪혔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완벽한 어플과 점점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럴수록 핵심 기능은 견고히 잡고 잔가지 기능들을 처내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했다.
완벽함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자. 이 과정은 결국 이 어플을 더욱 탄탄히 만들어줄 것이다. 처음에는 "이 어플은 모든 육아 맘파파들의 완벽한 해결책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용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능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어플들을 살펴보니 유명한 어플들도 계속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줄여가며 바뀌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에 사용자로서 어플을 이용할 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점점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새로운 눈을 얻은 느낌이었다.
- 다음 이야기: 제8화. 어플 홍보는 어떻게 하는 건데?